내게 고맙다고 말해주는 영화. 혹은 내가 고맙다고 말을 건넬 수 있는 영화. 나는 줄곧 이 두 가지를 좋은 영화의 기준으로 여겨 왔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본 <두 교황>이라는 영화는 후자, 고마운 영화에 속한다. 덕분에 나를 움직이게끔 하는 이른바 액션 플렌 두 가지를 적어보게 되었다. 극장을 나오는 관객의 삶이 곧 또 하나의 영화가 된다면서 '영화는 두 번 시작된다'하고 책 제목을 짓던 이동진 영화 평론가의 말처럼. ⠀
1. 두 가지의 C, 즉 타협(compromise)과 변화(change)를 구분해 내는 것
그것은 나와 충돌하는 무언가(그게 나 자신일 수도 있겠지)와의 싸움이다. 나 자신을 변호하고 싶은 마음에 두 가지 C를 섞어가며 사용한 적이 많았다. '청지기적 삶'을 사는 교황이라고 하지만 그들도 인간이다. 그렇기에 두 가지 C를 구분하는 것을 인생에 걸친 과제로 삼지 않았을까.
⠀ 2. 무관심의 세계화(globalization of indifference)를 주목하는 것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상을 바라보고선 기도하는 마음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휙 지나가버린 대사 속 이 표현(무관심의 세계화)이 적절하지 않을까. 당장 닥친 일을 생각하느라 주변을 챙기고 돌아볼 여유가 없어진 오늘, 우리 삶 곳곳에 진행되었다던 '그놈의 세계화'는 무관심의 영역까지 들어와 있다.
개인적으로는 대학 졸업 후 '국제학 공부를 좀 더 해봐야지' 하고 결심했을 때의 초심을 떠올리기도 했다. 그리고 두 마음이 들었다. 우리 사회 내 갖은 경계 짓기와 장벽들(난민과 다문화 사회, 젠더, 흙수저 금수저론 등)이 아직도 가슴속에 불 비슷한 것을 지피는 걸 보면 '초심을 잃어버리진 않았구나'하고서 안도하게 된다. 초심을 다지는 작업이 반갑게 느껴진다. 하지만 동시에 무언가 모를 막막함을 마주하기도 한다. (이제는 뭔가) 그때의 그 초심만으로는 부족한 것만 같다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