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을 특징짓는 사건들 중 지난 2월 1일부터 미얀마 민주주의가 겪고 있는 비극, 군부 쿠데타를 빼놓을 수 있을까. 한국에서는 '5.18 평행이론'이라는 표현이 등장할 만큼, 미얀마 사태가 광주 사태를 닮은 점에 주목하며 민주화 운동세력을 잔인하게 탄압하는 쿠데타 세력을 격렬히 비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간 군부가 세력을 확장할 수 있게끔 '틈'을 마련했던 미얀마 특유의 정치, 경제지형이 한계점을 여실히 드러냈다고 지적하며, 쿠데타 사태가 장기화되자 '진정한 민주 국가는 무엇인가'하는 질문을 다시 던지며 민주주의에 관한 토론을 이어가고 있다. 2021 쿠데타 직전 미얀마는 무엇을 준비하고 있었으며 어떤 평가를 받고 있었을까?
2021년 2월, 미얀마는 2020년 11월의 총선을 자유롭고 공정한 분위기에서 치른 뒤, 제2 문민정부 출범을 앞두고 있었다. 계절적으로나 민주주의 측면에서나 봄을 준비하고 있었던 거다. 영국 식민지 경험을 딛고 일어나, 아웅산 가문을 필두로 다민족 갈등을 뛰어넘는 국민 통합을 숙원사업 삼은 지 70년이 넘었을 정도로, 미얀마의 봄은 쉽게 준비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몇몇 학자들은 새뮤얼 헌팅턴(Samuel Huntington)*을 인용하면서 미얀마 민주주의가 전환기에 접어들었고 ‘성숙한 민주주의(full democracy)’로의 여정을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물론 경제력을 두루 갖춘 미얀마 군부 세력이 매번 미얀마 민주주의에 제동을 걸어오고 있었고, 그 과정에서 로힝야 문제 등 국제적으로 규탄을 받는 이슈들로 '위태롭다' 혹은 '아직 멀었다' 하는 평이 잇따르기도 했다. 하지만 미얀마의 민주주의는 경제적인 잠재력을 비롯한 다른 요인들과 맞물려 '지켜봄직하다'라는 평을 받고 있었다. 그런데 군부 세력이 '2020년 총선은 부정선거였다'라고 딴지를 걸며 쿠데타라는 강력한 패를 내놓은 것이다. 그로부터 4달이 지난 지금, 6월 13일 기준 미얀마 쿠데타로 인한 사망자는 860명이 넘어가고 있다.
SNS로 모여드는 미얀마 CDM과 Z세대
미얀마 내외에서 CDM(Civil Disobedience Movement)이라 줄여 부르는 시민 불복종, 민주화 운동의 주요 참가자는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며 SNS 기반의 유통 시장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진 MZ세대**이다. 이들은 국가의 분열 및 통합의 역사와 군부-정부 세력 간의 ‘불편한 동거’ 관계의 발전 상황을 직접적으로 경험한 적이 상대적으로 적은 '비(非) 기성세대'로, 넓게는 미얀마의 미래 및 청년 세대로 불린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의 혈액 정보를 팔뚝에 적고 거리로 나갈 정도로 CDM에 진지하게 임하고 있다. 이따금 두절된 통신망 속에서도 가짜 뉴스와 검열을 피해 '미얀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느냐(What's happening in Myanmar)?'라는 물음에 미얀마 민주화 운동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주고자 한다. 이때 빈번히 사용되는 것이 바로 미얀마 MZ세대의 손에 쥐어진 스마트폰과 SNS 어플이다. 누군가의 필터링 없이 있는 그대로의 미얀마 상황을 보여주는 영상들이 주기적으로 셀 수 없이 공유되고 있다.
"그곳(미얀마)의 현실은 SNS를 통해 보이는 것이 진짜인지 믿기지 않을 만큼 심각하다. (...) 민주주의를 희망하는 미얀마 사람들을 지지해 달라" - 임흥순 감독 다큐멘터리 <좋은 빛, 좋은 공기>*** 제주도 시사회에서, 재한 미얀마 청년들의 말
미얀마 시민들은 SNS를 현지 상황 중계용으로 활용하는 것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SNS를 민주화 운동의 장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보장해 달라며 거리로 나가는 투표권 투쟁 혹은 국가의 존폐를 걱정하며 피켓을 치켜든 시위 모습을 닮았다. 절박한 상황 속에서, SNS를 익명성이 보장된 민주주의의 토론장으로 간주하고 '나도 할 말이 있어요!'하고 발언권을 얻어내려 한다. 그 결과 #SaveMyanmar #WhatsHappeningInMyanmar와 같은 몇몇 해시 태그는 미얀마 국경을 넘어서 미얀마 민주화를 지원하는 전 세계 SNS 유저들에게 닿고 있다. 해당 해시 태그와 함께 종종 등장하는 세 손가락 경례**** 또한 미얀마의 민주화를 위한 연대, 지지의 표현으로 등장하며 민주화 운동의 시각화 자료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쿠데타로 인한 무고한 시민들의 피해가 커짐에 따라 SNS상의 미얀마 민주화 운동에도 가속도가 붙고 있다. 당장 현지와의 교류가 어렵고 코로나 사태 이후로 국경 또한 꼭 닫혀 있던 만큼, 미얀마 시민들과 미얀마의 민주화를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열려 있는 SNS 채널처럼 미얀마 시민들의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를 생생히 전달해 주는 공간도 없기 때문이지 않을까.
한국 SNS 유저들(특히 한국 MZ세대) 또한 직간접적으로 체험한 민주화의 경험을 한국과 미얀마 간의 연결고리로 인식하여, 쿠데타 발발 초기부터 지금까지 꾸준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시민단체를 비롯한 에드보커시(advocacy) 그룹들도 연이어 SNS 기반의 미얀마 민주화 운동을 벌이는 추세다.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VANK)*****의 경우, 개개인의 이야기를 전달하기에 적합한 SNS의 1인 미디어 특징을 활용하여 미얀마 경찰 앞에 무릎을 꿇은 수녀, 쿠데타 직후 유엔 총회에서 군부 쿠데타를 비판하고 나선 초 모 툰 주유엔 미얀마 대사, “머리에 총을 쏘는 그들은 모른다, 혁명은 심장에 있다는 것을!”이라 외친 저항시인 켓 띠의 예를 들면서 미얀마의 민주화 운동에의 몰입도와 연대 의지를 높이고 있다.
특별히 우리나라가 아시아 중견국 가치 외교를 추진하려 애쓰고 일부 국가들로부터는 아시아 민주주의 선진국으로 칭송받는다는 점, 그리고 초연결사회를 이룬 IT강국이자 SNS 세계에 푹 빠져있는 사람들로 이뤄져 있다는 점을 돌이켜 봤을 때, 미얀마 쿠데타 발발과 SNS 민주화 운동은 좀처럼 넘겨 짚기엔 연결 지점이 많은 사안임을 실감한다. 또한 #SaveMyanmar 인증 숏 하나에 'Thank you Korea!'라고 화답하는 미얀마 시민들의 댓글을 읽으면서, 손가락 끝으로 누르는 하트와 타이핑 몇 자로 완성되는 해시태그가 누군가에게 힘을 실어줄 수도 있다는 걸 확인하게 된다(SNS를 대하는 자세가 조금은 달라진달까).
SNS, 또 하나의 아고라?
미얀마 사태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우리는 SNS를 사용함으로써 누군가의 정보를 (선별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에 처한 동시에 누군가에게 나 또는 어느 단체의 목소리를 들려줄 수 있는 통로를 확보하게 되었다. 적절히 활용하기만 한다면 SNS를 통해 수집한 흥미로운 사실을 기록 또는 스크랩해두었다가 틈틈이 연결고리를 찾아 글이나 다른 형태의 결과물을 내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어떤 사건이나 이슈를 예의 주시하는 것만으로는 무언가 부족하다고 느껴질 때, 우리는 마음을 움직이는 이슈(혹은 인물)와 SNS에서 조우할 수도 있다. 그러면서 나누는 이야기는 -‘좋아요’와 해시태그, 짤막한 글을 남길 수 있는 게시판과 같은 SNS 옵션의 도움을 받아- SNS를 모두의 광장이자 거리로 바꿔놓는다. 어쩌면 직접 민주주의를 꽃 피운 고대 그리스의 공론의 장, 아고라(Agora)를 디지털화 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데까지 상상이 미치기도 한다. 바야흐로 SNS시대를 살고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오늘날이지만 다양한 SNS 활용법 중에서 정답을 가려내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SNS를 통해 일파만파 퍼져 나갈 수 있는 메시지의 힘을 조금이라도 생각하면서, 지혜롭게 SNS를 즐기고 활용하는 우리 모두가 되길 바란다.
** MZ세대는 19080년대 초에서 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이다(네이버 지식백과: MZ세대). MZ세대는 SNS를 비롯한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며 개인의 행복과 경험, 의미있는 소비 등 현재를 오롯이 자신의 취향으로 채워나가는 특징을 보인다.
*** <좋은 빛, 좋은 공기>는 2021년 4월 개봉한 임흥순 감독의 다큐멘터리로 5.18 광주 시민 항쟁을 지구 반대쪽에서 일어난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민주화 운동 풍경과 교차 편집하여 민주화 운동과 관련된 사람들(특별히 희생자들의 가족들)의 이야기를 보여 준다. 흑백 필름이지만 생생한 생명과 투쟁, 추모와 복원의 메시지가 담겨 있는 컬러풀한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 세 손가락 경례(three-finger salute)는 영화 <헝거게임>에서 유래한 저항과 반항 세력의 시위의 상징으로, 엄지와 새끼손가락을 접은 후 나머지 세 손가락을 펼쳐 하늘로 향하게 하는 행위를 말한다. 2014년 태국 군부 쿠데타에 반발하는 태국 시위대가 이를 저항의 상징으로 사용한 이래, 2021년 미얀마 민주화 시위에서도 세 손가락 경례가 사용되고 있다. (네이버 시사상식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