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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이데 전주현 Sep 12. 2020

14. 붉고 푸른색의 겨울옷을
미리 준비하는 시기

대낮에 설치된 트리들은 밤마다 불을 켰다 끄며 조명쇼를 연습했다

16.11.19 토요일


공기가 차가워졌다. 몇 주 꾸준히 수업을 듣고 과제를 한 것밖에 없는 거 같은데 겨울이 오고 있었다. 하루하루를 충실히 살다 보면 (매일 그렇지만은 않으면서도) 세월의 성실함은 따라가지 못하겠구나, 하는 지점에 다다르게 된다. 11월 중순. 뤼벤 도시 전체가 크리스마스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유럽이 가장 아름다운 시즌, 12월이 다가오고 있다. 


등하굣길 풍경이 달라졌다. 구 시청사와 가로수들이 꼬까옷을 입기 시작했다. 쇼핑대로에는 레드카펫이 깔렸고 쇼윈도에는 붉고 점잖게 파란 장식품들이 아기자기하게 배치되었다. 어둑어둑해지면 밤마다 가로수들은 빛을 내는 연습을 했고, 한낮에는 트럭에 싣고 온 대형 전나무들 몇 그루를 트리로 변신시키는 설치 작업이 한창이었다. 한 손은 아이를 잡고 다른 한 손은 쇼핑백 꾸러미를 움켜쥔 엄마와 아빠의 모습들이 유난히 많이 보였다. 독일에서만 볼 수 있을 줄 알았던 크리스마스 마켓이 뤼벤에도 열린다는 소식을 접하기도 했다. 강의실로 가는 길에 마켓에 관한 안내 팸플릿도 받아 들었다. Holiday라는 간판들이 많아졌다.



하루 전날인 11월 18일에는 전공 필수 교과목을 듣고 옆자리에 계속 앉다 친해진 독일 친구 N과 함께 카페에 들렀다. 포인세티아 장식으로 12월을 준비한 가게에서 핫쵸코를 시켰다


이 모든 꼬까옷의 뒤에는 크리스마스 방학도 다가오고 있었다. 사실 유학생으로서 유럽의 크리스마스 방학을 즐겁게 보내기란 꽤나 힘들다. 모두 집으로 돌아가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생각에 들떠있다. 그럴 때 나는 한국으로 돌아가기보다는 유럽에 남아서 조금이라도 덜 외롭게 유럽에서의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싶은 방법을 궁리한다. 그중 가장 큰 계획은 단연 독일 여행이었다. 방학 중 1박 2일 동안, 옆 나라 독일이라도 다녀와 교환학생 시절 때 사귄 쌍둥이 친구들을 만나고 와야지, 하고 계획했다. 벨기에 동쪽 국경 쪽에 위치한 리에주까지 기차를 타고, 그곳에서 ICE로 한번 환승한 뒤에 조금만 더 달리면 쾰른 중앙역에 내릴 수 있었다. 친구들이 나를 마중 나올 거고, 나는 쾰른의 크리스마스 마켓을 맘껏 즐기는 건 물론이고, 3-4년 만에 재회하는 친구들과 밤새 수다를 떨며 쿠키를 구울 수 있으리라!  



2016년 뤼벤 크리스마스 마켓 홍보 팸플릿. 






To. Readers

우리에게(uns, [운스]): 겨울보다 여름을 반기는 나이지만 12월만큼은 예외다. 12월은 한 해의 끝이기도 하지만 다음 해를 기다리는 또 하나의 시작점이기도 해서 한 달 내내 설렘으로 가득한 달이다. 특히나 1일부터 24일까지는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는 기간이기에 그 설렘이 배가 된다. 여름 방학/휴가 때마다 많은 사람들이 유럽을 찾곤 하지만, 사실 유럽이 가장 아름다울 때는 (개인적으로) 12월이다. 2020년의 12월은 어떤 풍경일지, 우리들은 무엇을 설레는 마음으로 정리하며 준비하고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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