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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이데 전주현 Sep 11. 2020

13. 분노와 공감의 경계가 은근슬쩍 허물어지더니!

브렉시트에 이어 트럼프까지, 토론거리가 꼬리에 꼬리를 물던 때

16.11.09 수요일


1교시 세계사 수업(정확히는 역사관 수업). 조용히 진행되곤 하는 수업이 오늘따라 떠들썩했다. 우리 모두 수업 진도를 잠시 제쳐두고 1시간이 넘도록 BBC 뉴스를 함께 시청했다. 오늘의 주제는 트럼프, 트럼프, 트럼프... (트럼프가 다 해 먹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적어도 이 강의실에 있는 사람들은 유럽연합에 관해 공부하며 국가의 한계를 뛰어넘는 그 이상의 것들을 지지하고 공부하는 사람들이었고, 그런 우리들에게 자국 우선주의의 목소리가 강해도 너무 강한 트럼프는 충격 그 자체나 다름없었다. 단연코 '연구 대상'이었다.


"뭐 이런 전개가 다 있나?" 하는 마음으로 다 함께 뉴스를 시청했고 길고 긴 토론을 이어갔다. 특히나 브렉시트(BREXIT) 이후에 영국인들이 후회하고 있진 않은지에 관한 논의가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뽑은 미국인들도 비슷한 심경이지 않을까?' 하는 논의로 끝없이 이어졌다. 학생들은 '교수님께서도 트럼프가 당선될 거라고 예측하셨나요?', '앞으로의 역사는 새로운 챕터를 써 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대서양의 역사관과 미국 패권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요?' 하는 질문들을 던지며 인상을 찌푸렸다.



브뤼셀에 위치한 유럽의회(European Parliament)의 외관과 내부. 개인적으로 유럽연합의 연대와 민주주의 가치가 가장 잘 드러나는 곳이 아닐까, 하는 기관이다.


당시의 나는 유럽에서 급부상 중이던 극우주의 움직임이 내가 지금껏 배워온 유럽과 유럽연합의 가치관(이른바 연대와 자유민주주의, 협력과 인권 존중 등)과는 결이 다르다고 느끼고선 '유럽 정체성에 드리운 또 하나의 위기가 바로 오늘날의 극우주의이지 않을까'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있었다.


때마침 오늘 세계사 수업에서의 토론이 내가 고민하던 질문들과 맞닿아 있었고, '갈수록 더 큰 소음을 일으키는 극우주의 물결이 유럽뿐만 아니라 미국에까지 영향세를 넓혀가는 걸까?'하는 데까지 생각이 미쳤다. 세계정세가 극단적인 목소리로 가득한 게 심상치 않아 보였다.


평소 정치색이 또렷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어느 이슈에 관해서건 극단적으로 치우친 목소리는 경계하려고 하는 편이다. 때문에 트럼프의 등장도 반갑지 않았다. 그리고 처음엔 장난인 줄로만 알았다.


(정치에 관해 무얼 알겠느냐만은) '분노 정치'와 '공감 정치'는 엄연히 다르다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어쩐지 최근 들어서는 유럽과 미국에서 분노 정치와 공감 정치의 경계가 (우스꽝스럽게도) 흐려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장기적으로 지켜봐야 할 문제이겠지만, 트럼프에 관한 뉴스가 끊이질 않던 오늘 당장 드는 느낌은 그러하다. 괜히 마음이 무겁다.





To. Readers

우리에게(uns, [운스]):  2020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는 재선을 노린다(시간 참 빠르다). 코로나로 인한 변수들도 많고, '힐러리 vs트럼프' 때 뒤통수를 맞은 경험이 있어서 인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무엇보다도 세계가 주목하는 올해 선거에 관해, 유권자들이 어느 쪽을 지지하느냐 하는 문제를 '옳고 그르다'의 문제로 좁혀 해석하지 않기를 바란다. 편헙한 편 가르기는 지양하길 바란다. '우리들'을 아우를 수 있는 공동의 문제의식과 과제는 무엇 일지를 생각해 보는 선거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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