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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이데 전주현 Jul 08. 2022

어린이의 마음

<2022 아크팟 뉴픽쳐북 스튜디오> 전시를 보고


쓸 거리가 한 무더기 쌓여 있다. ‘어쩌다?’ 하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보니, 그간 일터든 일터 바깥이든 마음 쓸 곳이 많았다. 10월의 이벤트 준비도 한 몫했다. ‘해볼까?’가 ‘해야만 한다!’로 바뀌면 아무래도 새치가 한 올은 더 생겨나는 기분이다. 다행히 필라테스 선생님께서 퇴사를 결심한 이래로 나의 가르마 새치 뿌리가 검게 변했다는 관찰담을 전해주셨다. 기분은 기분이었을 뿐, 사실상 몸과 마음은 회복 단계에 들어선 게 확실하다. 이참에 (벌써 일주일이나 지나버린) 7월의 키워드를 ‘정리’로 정했다. 지난날들을 잊지 않기 위한 정리(언제든지 꺼내 볼 수 있게 하려는 정리)이자 새로운 것을 준비하는 과정으로서의 정리다 (두 달이 넘도록 방치된 이삿짐 정리도 포함하여).


가장 먼저 짧게나마 써 두고 싶었던 것은 사랑하는 필제의 새로운 그림에 관한 것이다. 연구원에서의 2년 5개월을 되돌아보는 시점의 어느 저녁, 필제의 그림이 나를 울렸다. 지금까지 필제의 전시 중, 그 어느 때보다도 창작자 필제가 드러날 수밖에 없는 전시 콘셉트였다. 분명 어린 시절의 필제를 알지 못했을 텐데 어디선가 필제를 본 기분이 들었고, 어쩌면 필제의 어린 시절에서 나의 어린 시절을 본 것도 같아 그간 많이 돌보지 못한 우리 안의 ‘창작자’ 어린이와 눈을 맞추기 위해 황급히 쪼그려 앉게 되었다. 이 어린이는 떼쓰지 않는다. 울 때도 엉엉 글자 그대로 시원하게 운다. 무채색의 세계가 붉고 푸르게 물들여 가는 과정에 겁을 먹지도 않는다. 무엇보다도 나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다시 한번,) 연구원에서의 2년 5개월을 되돌아보는 시점의 어느 저녁, 필제의 그림에서 필제가 아닌 나를 마주한(더 정확하게는 나의 어린이를 마주한) 시간이 나를 울렸다. 때마침 전시장에는 ‘너는 늘 내 마음 안에 있어(You’ll be in my heart)’하는 가사의 멜로디가 울려 퍼지고 있었고, 그날 점심 한 끼를 사주시고선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하고 따뜻한 축복의 말을 건네주셨던 어느 교수님의 말도 마음 한 켠에 있었다. 어린이의 검은 눈동자도 보였다. 심중을 알 수 없는 검은색에서 ‘너를 믿는다’하는 누군가의 메시지가 읽혔다.


정리의 7월, 회복의 7월. 그 이후의 한여름을 기대하며



글: 프로이데

그림: 최정연  https://instagram.com/choijungy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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