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알토 다리는 이쪽으로 (Per Rialto)

베네치아, 이탈리아

by 프로이데 전주현

땅이 바다를 마중 나가는 풍경 위로 기차가 달렸다. 종착역은 산타루치아 역, 베네치아에 도착했다.


역사를 나와 갈림길에 섰다. 관광객들이 주로 걷는 방향, 현지인들이 택한다는 길,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여행지에서는 길을 잃고 제대로 헤매는 것조차도 용서가 되니깐, 재미난 경험이 되니깐, 기왕이면 제대로 재밌기 위해서 후자를 골랐다.


실제로 베네치아는 작은 다리와 골목. 물길이 미로를 이루고 있는 곳이라 길을 잃어야만 제대로 베네치아를 즐긴 거라고들 하지 않는가. 괜찮은 선택이었다, 그러고 보면.


산마르코 광장에 무사히 다다른다면 베네치아에서의 첫 산책이 성공적인 거라고 미리 결론부터 내렸다. 그리고 계속해서 걸었다.


신기하게도 길을 잃을락 말락 할 때마다 표지판을 마주했다. 대체로 리알토 다리와 산마르코 광장이 있는 방향을 가리키는 표지판이었다. 랜드마크의 이름을 빼면 얇고 긴 화살촉이 전부인 아주 간단명료한 표지판이었다.


'이쯤 되면 네가 길을 잃을지도 몰라서 준비해 뒀어' 하고 눈앞에 까꿍, '구글맵은 넣어둬. 고개를 들어 하늘을 한번 보고 여기 나도 한번 봐줘.' 하고 다시 또 까꿍.


표지판에서 베네치아의 다정함을 읽었다. 그리고 아쉽게도 길을 단 한 번도 잃지 않았다.


-per: 이탈리아어 전치사로, 장소 앞에서 "…를 통해서, …를 지나서; …를 향하여, … 쪽으로"의 의미로 쓰임.






*쿠델무델 (Kuddelmuddel): 독일어로 '뒤죽박죽'이란 뜻의 형용사


*프로이데 (Freude): 독일어로 '기쁨'이란 뜻의 명사. 나의 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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