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라우(Helau)" 하며 크림 도넛을

마인츠, 독일

by 프로이데 전주현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는 12월 1일부터 24일까지의 기간은 굳이 마인츠(Mainz)를 떠올리지 않고서도 이야기보따리를 풀 수 있지만, 카니발에 관해선 상황이 좀 다르다. 마인츠는 카니발 기간 동안 확실히 신이 나 있다. 골목 구석구석에 알록달록한 플래카드가 걸리고, 빵집 가판대에도 베를리너(Berliner) 도넛 –요즘 우리나라에서 유행하는 크림이 잔뜩 들어간 노** 도넛과 매우 비슷하다-을 비롯한 시즌 한정판 간식거리가 진열된다. 눈앞의 풍경이나 코를 자극하는 빵집 냄새나 뭐든 화려하고 달달하다.


카니발 축제 개시를 알리는 날에는 떠들썩함이 더 하다. 일부로 외지에서 마인츠를 찾는 사람들도 많다. 코스튬을 갖춰 입은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들더니 뢰머 광장을 가득 채운다. 곧이어 시장이 발코니에 등장하여 축제의 시작을 알린다. 평소 조용하기만 했던 학생 도시가 분데스리가 경기가 있는 날처럼 고함을 지르고 과장해서 웃는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코스튬 플레이는 카니발의 전형적인 풍경인데, 광장에 가득 들어찬 인파 속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마인츠 특유의 카니발 코스튬인 ‘대두 인간 (정식 명칭을 좀 찾아봐야겠다)’이다. 대두 인간은 일종의 탈이자 인형옷인데, 진한 화장과 어색한 웃음이 한 데 어우러진 모습이 꼭 광대를 연상케 한다.


한 번은 카니발 축제 기간 중에 마인츠 시청에 행정 업무를 보러 갈 일이 있었는데, 그때 로비에서 대두 인간을 만져 본 바로는 코스튬이 생각했던 것보다 딱딱하고 무거웠다. 재미난 점은 대두 인간의 능글맞은 턱 밑에 자그마한 숨구멍이 나 있다는 건데, 그 구멍을 찾다 보면 코스튬 플레이를 하고 있는 사람과 눈을 마주치는 일이 잦다. 그럴 땐 괜히 엄지를 치켜들고 존경을 표하면서 어색함을 달랜다. ‘무거우시겠군요’ 하면서.


미국 특유의 문화인 핼러윈 코스튬 플레이가 유럽에서도 갈수록 인기가 커지고 있다지만, 핼러윈 축제를 향유하는 건 젊은 층이 대부분이라, 제대로 된 독일 코스튬 플레이는 아무래도 카니발에서 기대하는 게 나을 성싶다. 혹 2월 중순이나 말에 마인츠를 방문한다면 ‘헬라우(Helau)’하고 시즌 한정 인사를 건네며 지역 분위기에 녹아 들어보는 건 어떨지. 아마 웃으면서 반응해 줄 거다.



- 마인츠 (Mainz):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내려 에쓰반(S-Bahn)을 타고서 약 30분 되는 위치에 라인란트팔츠(Rheinland-Pfalz) 주의 대표 도시. 내겐 교환학생 시절의 추억으로 가득한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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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델무델 (Kuddelmuddel): 독일어로 '뒤죽박죽'이란 뜻의 형용사

*프로이데 (Freude): 독일어로 '기쁨'이란 뜻의 명사. 나의 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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