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이탈리아
로마는 의연하다. 과거와 현재를 씨실과 날실 재료로 삼아 이야기를 짜낸다. 그 모습이 국가 공인만 안 받았지 장인과 다름없는 삶을 사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꼭 닮았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오래된 것들을 존중하며, 긴 시간을 들여서라도 그들과 함께 가려고 한다. 그들을 보존하려 한다. 그러나 제국의 영광과 유산이 뭐니 하며 호들갑 떨지 않는다. 옛날이야기를 해달라며 곁을 지키는 아이들에겐 한없이 다정하게 "나 때는 말이지"하며 말을 붙이지만 먼저 나서서 으스대진 않는다. 오히려 콜로세움은 훌륭한 아침 조깅 코스라며 농담을 던진다.
(덕분에) 로마에서는 조각나거나 부서진 그들을 이리저리 맞춰보고 완전하게 하려는 문화재 복원가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단체 관광객들이 카메라 셔터를 쉴 새 없이 누르며 옆을 지나가든, 좁은 골목을 쌩 하니 통과하는 베스파나 피아트가 액셀 밟는 소리를 드르릉 내든, 복원가들의 시간은 더디고 정교하게 흐른다.
영광스러운 과거가 있었다 한들 인간과 문명, 생명력이 약동하던 모든 것에 끝이 있었다고 말한다. 유한했기에 더 찬란했고, 더 소중했고, 더 잔인했으며, 더 어리석었다고 증언한다.
-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