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스테르담, 네덜란드
뱅크시(Banksy)를 처음 만난 건 2016년 네덜란드 겨울 여행 중이었다. 헤이그에서 막 암스테르담으로 돌아온 우리는 시내를 산책 중이었다. 그러다 인형의 집처럼 생긴 모코(MOCO) 미술관에서 앤디 워홀과 함께 전시를 하고 있다는 현수막을 보게 되었고, 평소 뱅크시의 팬이라던 친구는 안트워프로 가는 기차를 타기 전에, 잠깐이어도 좋으니 모코에 들러 전시를 보고 가자고 나를 졸랐다.
얼굴 없는 그라피티 작가로, 반전과 평화, 사회 풍자 메시지로 유명하다는 설명을 친구가 보태주었는데, 어쩜, 흥미로운 것들로만 가득해 보였다. 그래, 우리끼리 하는 여행인데 뭐 어때. 계획엔 없던 거지만 가보자고.
모코 개장 시간에 맞춰 숙소를 나온 우리는 매표소에 짐을 맡기고 전시장 안으로 들어섰다. 그라피티의 특성을 살려 벽 일부를 뜯어 가져온 작품도 보였고, 액자 안에 깔끔하게 정돈되어 전시된 작품도 있었다. 전시 작품 수가 많진 않았지만 강렬한 인상을 받기엔 충분했다. 공공장소에 사회 참여적인 메시지를 선보이는 뱅크시의 작업 방식은 마치 따꼼하지만 약효가 잘 드는 주사 치료 같았다. 왠지 모르게 죽어 가는 무언가를 일으켜 세우는 에너지가 느껴지는 방식이었다. 전의를 다지는 함성 소리를 닮은 에너지 말이다.
전시실 한편에 자리한 벵크시의 흉상을 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얼굴 없는 작가라는 특성에 맞게 흉상은 모자이크로 뒤덮여 있었다. 제아무리 감추려 해도 어느 순간 작품엔 작가가 드러나기 마련인데 뱅크시는 어쩜 이렇게 잘 숨어 지내는지. 작품이 마음에 들다 보니 그를 만든 사람 (혹은 집단)에게도 관심이 뻗쳤다.
다음엔 전시실에 놓인 뱅크시 작품 대신, 거리에서 마주하는 뱅크시 그림을 보는 행운이 따랐으면 하고서 모코를 나왔다.
- 뱅크시(Banksy): 영국을 주 무대 삼으며 신원을 밝히지 않고 활동하는 그라피티 작가. 전 세계가 주목하는 아티스트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