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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오스트리아

by 프로이데 전주현

오스트리아 뮤지컬을 사랑하는 지수의 추천과 라이펜라트 선생님의 지속적인 홍보, 그리고 프라우 홍과 프라우 우의 생생한 관람 후기 덕분에 한 달 전부터 입장권을 예매해 두고 기다렸던 전시가 있었다. 오스트리아와의 수교 130주년을 기념하는 ‘요즘 가장 핫하다는 그 전시,’ 합스부르크 전이다.

합스부르크 가문… 뭐랄까, 오스트리아의 이 씨 왕조, 파평 윤 씨, 안동 김 씨 같은 집안이랄까. 유럽의 구구절절하고도 다사다난한 역사를 합스부르크 가문을 중심으로 서술할 수 있을 정도로, 상당한 집안이다. 부와 권력을 누렸기에 그를 근친혼이나 결혼 동맹 등으로 지키는 데도 급급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노력이 결국 합스부르크 집안을 아프게 했다.

서울 시내버스에서 종종 목격되는 전시 포스터에는 인형처럼 포즈를 취하고 있는 테레사 공주의 초상화가 크게 인쇄되어 있다. 왠지 모르게 그 그림이 슬퍼 보였는데, 아마도 자신의 모습이 담긴 그림이 오스트리아에 있는 예비 신랑 (테레사 공주의 삼촌)에게 가 닿기 위한 전략적인 그림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어린 나이에 정략결혼이니, 상대방에게 자신의 성장 과정을 보여주기 위한 초상화 작업이니, 그런 게 즐거웠을 리가.

뮤지컬 <엘리자벳>을 즐겼던 한 명의 관객으로서, 엘리자베트 황후와 요제프 1세 황제의 이야기를 전시를 통해 다시 접하는 것은 즐거웠다. 뮤지컬에선 아무래도 엘리자베트의 관점으로 당시 오스트리아의 상황에 몰입하기 마련인데, 이번 전시를 통해선 요제프 1세 황제의 이야기를 좀 더 들을 수 있어 좋았다. 초상화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도 그러하고 인물의 삶이 고종 황제를 많이 닮은 기분이 든다.

오스트리아 여행을 했던 때는 2012년 12월 마지막 주, 크리스마스 방학 기간이었다. 기대했던 것 이상의 볼거리와 즐길 거리로 오감을 충족시켜 주었던 여행지이기에, 오랜만에 다른 곳도 아닌 서울에서 오스트리아를 즐길 수 있어 기뻤다. 무엇보다도 떠오르는 사람들이 많아 전시 관람 후기가 지극히 개인적이고 입체적이 되었다. 은퇴 후에도 여전히 바삐 지내시는 라이터러 대사님 생각도 났고 (대사님께 오스트리아는 고국일 테니), 2023년이 되자마자 가장 먼저 점심을 함께 했던 선숙 쌤도 떠올랐다 (그때 쌤께서 전시 칭찬을 엄청 하셨었지). 언젠가 유럽을 같이 여행하자고 아직까지 말만 하고 실행에 옮기지 못한 투자라와 전시를 먼저 즐겨 좋았고 (꼭 가자 우리!), 한동안 비행기 타지 못해 몸이 근질근질하다던 엄마와 아빠, 준경이까지 온 가족이 다시 전시장을 찾아서 색다르기도 했다.

다음번에 오스트리아를 방문한다면, <비포 선라이즈>를 다시 보고, 외곽에 위치해 가지 못했던 묘지, 유명 예술가들이 한 데 모여 있다던 그 묘지,를 꼭 방문하고도 싶고, 매일 다른 종류의 커피를 즐겨보고 싶다. 10년 전에 구입했던 ‘No Kangeroos in Austria’ 에코백도 챙겨가야지.






*쿠델무델 (Kuddelmuddel): 독일어로 '뒤죽박죽'이란 뜻의 형용사
*프로이데 (Freude): 독일어로 '기쁨'이란 뜻의 명사. 나의 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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