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시 밖으로 삐져나온 미니멀 슈니첼(Schnitzel)

빈, 오스트리아

by 프로이데 전주현

필요한 것만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일까, 기억에 남는 것들 중에는 단순하고 담백한 게 많다. 빈에서 맛본 슈니첼(Schnitzel)도 그랬다. 커다란 원형 접시 바깥으로 튀어나올 정도로 크고 얇게 튀겨낸 송아지 고기 요리, 놀랍게도 레몬 조각 하나를 올린 채로 완성이다. 미니 샐러드를 하나 추가할 순 있겠지만 그마저도 선택 사항이다. 도톰한 튀김옷에 양배추 샐러드, 걸쭉한 소스가 곁들여지는 남산 돈가스가 익숙한 사람이라면 화를 낼지도 모르겠다. 잠깐 뿐이지만.

레몬을 짓눌러 슈니첼 위에 골고루 뿌린다. 워낙 면적이 넓어서 골고루 뿌린다는 설명이 조금 부적절하다. 먹기 좋게 썰은 슈니첼 한 조각을 입으로 가져간다. 기름 냄새 없이 깔끔한 첫맛, 놀랍다. 야들야들한 튀김옷이 감싸고 있는 속살은 어린아이를 위한 다짐육 반찬처럼 보드랍다. 레몬 즙의 청량함으로 한 조각 식사가 마무리된다. 어서 다음 조각을 먹고 싶은 마음은 포크와 나이프를 쥔 양손으로 옮겨 간다.

우리나라의 김치가 그러하듯, 오스트리아의 슈니첼은 어느 집에 가서 먹느냐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이라고 한다. ‘집에서 해 먹는 슈니첼이야말로 최고의 슈니첼!’이라던 셰프의 말이 괜한 겸손이 아니었나 보다. 문화적으로도 지리적으로도 우리나라와 다른 것이 많은 오스트리아에서 (잠깐이지만) 남산 돈가스를 떠올리는 상황이 흥미롭다. 문득 ‘맛있게 먹고 멋있게 살려는 태도만큼 개별적인 인간을 하나로 퉁, 결속시킬 수 있는 게 있을까' 하는 질문이 생긴다. 여자 한 명이 먹기엔 너무 양이 많다던 한 블로거의 글도 떠오른다. 아무래도 댓글을 달아 글 내용을 정정해 주어야겠다며 슈니첼 식사를 마친다. 접시가 텅 비어 있지 않은가!

-슈니첼(Schnitzel): 오스트리아의 대표 별미로 송아지 고기 요리. 망치로 두들긴 고기에 밀가루, 계란, 빵가루를 묻혀 튀겨낸다. 소스와 고기에 따라 종류가 다양하다.





*쿠델무델 (Kuddelmuddel): 독일어로 '뒤죽박죽'이란 뜻의 형용사
*프로이데 (Freude): 독일어로 '기쁨'이란 뜻의 명사. 나의 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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