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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이데 전주현 Sep 23. 2020

25. 논문계획서 그리고 한 스푼 가득 티라미수

강림절 달력의 문이 연이어 열리고 있었다

16.12.22 목요일


급한 페이퍼들을 마무리했다. 그중에는 논문 계획서도 껴 있어서 꽤나 오랜 시간 책상 앞을 지켰다. 일을 무사히 마친 나 자신을 격려하자는 차원에서 나 홀로 파티를 벌이기로 했다. Albert Heijn 슈퍼마켓에서 티라미수 한 통과 색색의 파프리카 그리고 핑거푸드 겸 집어먹을 베리 한 통을 사 왔다. 이게 뭐라고 인증사진을 찍을 정도로 기분이 좋아졌다.


논문계획서를 제출하는 곳이 이면지 수거함 같아서 몇번이나 확인했다. 계획서 제출 그 후의 후련함을 함께한 티라미수와 베리!


강림절  달력의 포장도 많이 뜯겨있었다. 강림절 달력이란 12월 1일부터 24일까지의 숫자가 새겨져 있는 달력으로, 매일 날짜에 해당되는 숫자가 적힌 곳의 포장을 뜯으면 초콜릿이나 자그마한 선물들이 들어있는 달력. 독일의 크리스마스 문화 중 하나로 설렘 가득 크리스마스 시즌을 보장해주는 잇 아이템이다. 곧 크리스마스란 뜻이었다. 유럽 친구들 대다수가 집으로 돌아가는 이때에 나는 영국에서 패션 공부를 하고 지내는 중학교 동창과 잠깐 네덜란드로 겨울여행을 다녀올까 한다. 


여행 계획들을 점검하다가 강림절 달력을 다시 살폈다. 이렇게 한 해가 가는 건가. 그러다 문득 매일매일을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산다면 두려울 게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설렘만큼이나 무언가를 계획하고 실천하는데 훌륭한 원동력은  없지 않을까, 라는 어림짐작도 뒤따랐다. 가족들과 친구들, 소중한 얼굴들도 떠올랐다.  스카이프를 하자고 이따가 메시지를 보내봐야지.


선반 맨 위의 m&m 강림절 달력(왼쪽)과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은 워터뷰 기숙사 앞 광장의 풍경(오른쪽)

 

25일 가까이 되어서 대부분의 포장이 뜯겨 있는 강림절 달력의 모습! 24일의 쵸콜릿에게 인형을 얹어 보았다. 








To. Readers

우리에게(uns, [운스]): 크리스마스를 지내기 전까지의 시간, 딱 강림절 달력이 커버하는 12월 1일부터 24일까지의 나날들은 유독 시간이 느리게 가는 느낌이다. 그러다 25일을 기점으로 12달 가까이 함께한 한 해는 휘리릭 사라져 버리고 새로운 이름으로 우리들의 달력을 채운다. 2020년이 100일 남았다고 친구가 카톡을 보내왔다. 12월 1일이 오기 전까지 아마도 100이라는 저 숫자는 급격히 작아지고 또 작아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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