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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이데 전주현 Sep 24. 2020

26. 트리 조명 아래서 여행을 준비하며 쉬고 있어요

Full Day가 있으면 Empty Day도 있을테니

16.12.23 금요일


학교가 휑하다. 소박하게 꾸며놓은 크리스마스 장식들만 조용히 불을 밝히고 있다. 트리의 가운데 심?이라고 해야 하나 가장 윗단의 줄기(?)가 툭 튀어나와 있다. 그리고 그 밑으로 가지들이 아파트 층을 이루고 평평하게 모양을 잡고 있다. 기다란 삼각뿔의 크리스마스트리 모양에 익숙했던 나는 뤼벤에서 마주하는 트리 모양들이 왠지 모르게 배의 돛대를 닮았다고 생각했다. 


크리스마스이브가 토요일, 크리스마스 당일은 일요일. 그러나 나는 주말 동안 별다른 계획 없이 조용히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브뤼셀 한인교회에 들러 점심을 함께 나누고 26일부터 약 5-6일간 다녀올 겨울여행을 점검할까 한다. 겨울 여행의 행선지는 <뤼벤/브뤼셀-마스트리흐트-암스테르담-헤이그-로테르담-안트워프-뤼벤>이렇게 짜여 있다. 런던에서 날아올 친구와는 처음으로 떠나는 여행이 될 것이다. 기본적으로 더위에 강하고 추위에 약한 사람이기에 여행 도중의 날씨가 얼마나 험할지를 걱정하게 된다. 몇 번이고 옷장 속의 양말들과 내의, 장갑-모자-목도리 3종 세트를 점검하는 건 그 때문이다. 늦기 전에 양말을 세 켤레 정도 더 사둬야 할까.


크리스마스 방학 후에는 1학기 교과목들의 기말고사가 예정되어있다. 하지만 남은 것은 자율 학습뿐이다. 그간의 노트 필기들을 살피며 다음 학기를 맞이하기 전의 마무리 작업들을 준비하면 그만이다. 1학기 종강과 함께 한 해가 바뀌길 준비하는 오늘만큼은 잠시 쉬고 싶어 진다. 


이불속이 참 포근하다.



법대 로비(오른쪽)에 마련된 트리가  유독 이쁘다고 생각했다. 트리 뒤편에 마련된 소파들은 공강 시간에 샌드위치를 먹기 좋은 나만의 혼밥 명당이다.
중앙도서관 로비에도 트리가 장식되어 있다. 호그와트의 어느 계단 같은 도서관 풍경.








To. Readers

우리에게(uns, [운스]): 할 일은 많이 놓여 있지만 '아직은. 왠지. 오늘은.' 하면서 뭉그적 거리게 되는 날이 있다. 일은 끊이지 않을 테니(이건 정말 엄청난 감사 제목!), 설령 끊기더라도 내가 알아서 일을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거라 믿으면서. 털썩. 오늘도 좀 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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