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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이데 전주현 Sep 25. 2020

27. 수고했어 친구야,
섬나라에서 대륙으로 오느라

2016년의 마지막, 냥씨와의 겨울여행 (1)

16.12.26 월요일


친구가 왔다. 중학교 1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냥씨(고양이를 좋아하는 친구를 나는 주로 냥이라 불렀다)는 내가 벨기에에서 공부를 시작할 무렵, 런던에서 패션 공부를 시작했다. 크리스마스와 연말 연휴를 한국으로 돌아가 가족, 친구들과 지내지 못한다며 신세 한탄을 하다가 그런 사람들끼리 모여서 겨울 여행을 하자고 몇 주전부터 메신저로 이야기를 주고받았고, 그 결과, 오늘부터 5박 6일간의 겨울여행을 시작하게 되었다. 섬나라(영국)에서 대륙(유럽)으로 건너오는 방법은 유로스타(해저터널 기차)와 저가비행기가 있었고, 냥씨는 하늘길을 통해 브뤼셀에 도착한다고 전해왔다. 


그간 리포트를 쓰며 논문 계획서를 작성하느라 브뤼셀로 외출할 여유가 없었는데, 냥씨를 마중 나간 김에 '그랑빨라스(Grand Palace: 브뤼셀의 메인 광장으로 유명 관광지)' 주변을 구경할 수 있었다. 벨기에 방문 필수 코스와도 같은 홍합요리 먹방도 함께였다. 뒤이어 '딜레리움(벨기에 학생들의 만선 호프 같은 곳. 일명 분홍 코끼리 맥주집으로 다양한 종류의 수제 맥주를 맛볼 수 있다)'에 들러 체리 맥주를 시킨 나는 달콤함 뒤에 숨은 2%의 알코올을 모른 채 하기로 했다. 


그랑빨라스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먹자골목 거리에는 Leon이라는 홍합요리 체인점이 있다. 홍합 튀김을 시켜본 건 처음이었는데 쫄깃하니 최고였다!

(개인적으로 너무나 보잘것없다고 생각되는 랜드마크) '오줌싸개 동상(Manneken Pis, [마네컨 피스])'을 보고 싶다는 양 씨의 기대를 꺾을 수가 없어서 먹고 마신 후에는 동상이 있는 곳까지 걸어가 보기로 했다. 겨울을 맞이하여 동상도 한껏 겨울 액세서리로 구색을 갖춘 모습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볼품없었다(하하).


주벨기에 한국문화원 근처에 위치한 사블롱(Sablon) 가 쪽으로 계속해서 산책을 하던 중, '벨기에 초콜릿 중 그나마 고급형 선물로 좋고 개성 있기도 하다'라고 이전에 누군가가 말을 해줬던 초콜릿 '삐에르 마르꼴리니(pierre marcolini)'의 가게를 구경하기도 했다. 초콜릿들이 어쩜 그렇게 이쁘게 생겼던지 그냥 먹어버리기에는 좀 아까웠다. 귀국할 때 선물용으로 몇 개 사가면 좋을 듯 하다. 





한겨울의 오줌싸개 동상(왼쪽)과 삐에르마르꼴리니의 크리스마스 쵸콜렛(중앙), 심플한 듯 화려한 그랑빨라스의 거대 트리(왼쪽)



브뤼셀을 돌아본 냥씨와 나는 작디작은 기숙사 방에서 새벽 세시가 다 되도록 수다를 이어갔다. 이따금 기숙사에 나타나는 포켓몬들을 향해 열심히 '볼을 던지느라' 대화가 끊기긴 했으나 학창 시절의 친구와의 밤은 길고도 길었다. 






To. Readers

우리에게(uns, [운스]): 오랜 친구가 집에서 하루 이상을 머물다 가는 날이면 거의 매번 잠자리 새벽 토크를 이어나갔다. 냥씨와의 겨울여행도 그랬고 한국에서 이따금 1박 하며 지내는 단짝 친구들과도 그렇게 시간을 보낸다. "잘 자"하고서 침대에 누운 뒤에도 천장을 고해성사 벽 삼아 쳐다보면서 그렇게나 이야기를 끊임없이 쏟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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