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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이데 전주현 Sep 26. 2020

28. 예배당으로 책을! 성당을 위한 심폐소생술

2016년의 마지막, 냥씨와의 겨울여행 (2)

16.12.27 화요일



암스테르담으로 향하기 전, 냥씨와 나는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 3국의 국경이 맞닿은 곳. 마스트리흐트(Maastricht)를 찾았다. Airbnb로 예약을 한 숙소에 짐을 놔두고 어둑어둑해질 무렵 시내를 구경하러 나섰다.


 유럽학도에게 마스트리흐트는 중요한 이름 중 하나다. 정치 경제 연합체인 유럽연합(EU: European Union)의 전신 유럽공동체(EC: European Community)가 EU로 변신을 하기 위한 합의를 본 조약을 유럽연합조약(TEU: Treaty on European Union)이라 부르는데, 이 유럽연합조약을 마스트리흐트조약이라고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EC가 EU로 변신을 하게 되는, EU 통합의 단계, 수위를 높이는 '업그레이드' '진화' 같은 조약이다.


각설하고, 이곳 시내에서 꼭 보고 들르고 싶은 곳이 있었다. 도미니카넘 서점(Book Store Dominicanen: Boekhandel Dominicanen). 문 닫을 위기에 처한 도미니카넘 성당을 살려내고자 마스트리흐트 주민들이 책을 예배당으로 가져오면서 운영을 시작한 서점이다. 소박한 나무문을 지나 보이는 서점 내부는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기다란 스테인드글라스 사이로 바깥 빛이 들어왔고, 그 빛들은 하나같이 서가에 꽂힌 책들을 하나둘씩 비추고 있었다. 책들 사이에서 내가 필명으로 내세우는 '프로이데(Freude: 독일어로 '기쁨'이라는 뜻의 명사)'에 관한 시도 한 편 발견해 기분 좋게 읽었다(아래 원문 표기). 차분한 성당 분위기가 책을 읽기 적합한 조명과 분위기를 조성해 주었다.


로컬 주민들이 지켜내고자 했던 것이 비단 성당 건물만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건물과 건물이 지닌 역사, 그리고 이 곳을 채우는 공기, 분위기...



Freude/ Joachim Ringelnatz

Freude soll nimmer schweigen.
Freude soll offen sich zeigen.
Freude soll lachen, glänzen und singen.
Freude soll danken ein Leben lang.
Freude soll dir die Seele durchschauern.
Freude soll weiter schwingen.
Freude soll dauern
Ein Leben lang

기쁨 (프로이데 자체 번역)

기쁨은,

결코 침묵해서는 안됩니다
스스로를 드러내야 합니다.
웃고, 빛나고, 노래해야 합니다
일생을 감사하며 지내야 합니다.
당신의 영혼을 꿰뚫어 보아야 합니다.

계속해서 움직여야 합니다.
한평생 계속.






To. Readers

우리에게(uns, [운스]):  지역 공동체, 소규모 공동체 그리고 지역(성)(locality)에 관한 생각이 많아지는 요즘이다. 친구로부터 당근마켓의 철학을 몇 번이고 듣기도 했고(어찌나 나를 꼬시던지), 개인적으로 찾아다니는 지역 농산물 마켓(농부시장 마르쉐)이나 소규모 어학 혹은 문학 모임들 때문에 우리들을 '우리'라고 부르게 하는 단위의 최소는 무엇 일지를 고민하게 된다. '우리 동네'에 대한 탐구력이 높아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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