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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이데 전주현 Sep 27. 2020

29. 물안개의 암스테르담,
안네 프랑크를 만나다

2016년의 마지막, 냥씨와의 겨울여행 (3)

16.12.28 수요일


7시 기상 - 8시 반 조식 - 9시 체크아웃 - 9시 25분 기차 탑승.  


놀랍게도 깨끗하고 WIFI까지 빵빵 터지는 네덜란드 표 2층짜리 IC에서 두 시간을 보내고 나니 어느새 암스테르담(Amsterdam)이었다. 대중교통 이용권 2일 치를 구입하자마자 한인민박으로 향하는 9번 트램에 몸을 실었다. 영하 3도의 날씨. 공기는 찼고 물안개가 음침한 풍경을 조성했다.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안도감에 몸이 사르르 녹는 기분이었다. 졸렸다. 중앙역에서 30분 거리에 위치한 한인민박집은 그야말로 주택가였다. 서울의 오래된 아파트 단지 같기도 했는데, 민박집 바로 앞에 위치찬 공원 풍경 때문에 그나마 이국적인 느낌을 챙길 수 있었다. 반가운 한국어로 냥씨와 나를 맞이해주신 민박집 아주머니께서는 이곳에서 2박을 머무는 우리들에게 가장 좋은 방을 내주셨다. 



암스테르담 중앙역 정면에 펼쳐진 풍경(하단 왼쪽)과 민박집 앞 풍경(하단 오른쪽). 스산하다 스산해.





짐을 놔두고 다시 중앙역으로 트램을 타고 이동한 우리는 네덜란드식 브런치랄까 Bouncer라는 메뉴를 커피와 곁들이 고선 암스테르담에서 가장 가보고 싶었던 그곳, 안네 프랑크의 집으로 향했다. 프랑크 일가는 나치 독일의 탄압을 피해 프랑크푸르트에서 암스테르담으로 도망쳐 왔다. 그 당시 머물었던 집이 지금은 '안네 프랑크의 집(Anne Frank Huis)'으로 남아 있다. 




Prinsheerlijk라는 이름의 브런치 가게 겸 카페에서 시킨 Bouncer라는 메뉴. 오픈 핫 샌드위치 느낌이다.




스산한 겨울 날씨 속 초저녁이 될 무렵인데도 안네 프랑크의 집 앞에는 대기줄이 길었다. 그래도 그렇지... 예매까지 하고 왔는데 밖에서 2시간이나 기다릴 줄은 몰랐다. 간신히 5시 10분쯤 안네의 집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기다리는 동안 거리의 바리스타에게 핫쵸코를 주문해 호호 불어 먹으며 얼굴이 얼 것만 같다며 훌쩍였다. 그러나 안네의 집에 들어서자마자 '2시간이었지만 기다리길 잘했어,' 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대인 소녀를 끊임없이 찾아오는 유럽인들과 비유럽인들. 그 풍경 자체가 왠지 모를 뭉클함을 선사했다. 안네가 어렴풋이 일러주는 기록과 이야기의 힘, 그리고 역사의 중요성까지 더해지니 좋은 공부가 되었다. 




왼쪽에서부터 오른쪽까지: 안네 프랑크의 집에 들어서려고 줄을 서고 또 계속 기다리고 그리고 2시간 만에 문턱을 밟은 그 순간!
안네 프랑크 집의 입구(하단 왼쪽)와 출구 쪽에 위치한 안네의 인사말(하단 오른쪽)










To. Readers 

우리에게(uns, [운스]): 이 글을 마무리하면서 안네 프랑크의 집에서 사 온 책 한 권을 펼쳤다. 프랑크 일가에 관한 이야기와 안네의 암스테르담 생활기에 관한 이야기들이 담긴 책으로 특별히 독일어 버전으로 구입한 책이다.

나치가 등장하는 콘텐츠들을 나는 유심히 찾아보는 편이다. 독일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된 전 공병 같은 것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역사의 어두운 면들이 콘텐츠 안에서 어떤 식으로 기억되고 연출되는지 그리고 그를 접한 사람들의 태도나 반응은 어떠한지를 살피고 싶어서다. 절대악이라는 손가락질을 받는 사람들이나 세력 그 무엇을 대상으로 하는 콘텐츠를 만들 때엔 비난 그 이상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메시지를 접한 독자들 또한 어느 정도의 책임감을 짊어진다고 믿는다. 때문에 안네의 일기를 읽고 안네의 집을 방문하고 하는 경험들이 조금이라도 더 나은 세상을 위해서, 그를 위해 조금이라도 나의 목소리를 드높이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 아닐까 하고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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