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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이데 전주현 Sep 22. 2020

24. 이리 와서 여기 이 포스터를 봐 달란 말이에요!

질문했어요? 질문해 주세요. 질문 필수예요. 완벽해요? 아닐 텐데요...

16.12.19 월요일


전공 필수 교과목인 TGPE(Transnational Global Perspectives of Europe)는 뤼벤대 교과목답지 않게 중간고사도 치르고 조별 과제도 내준다. 그런 면에서는 가장 한국스러운 교과목이 아닐까 싶은데, 오늘로써 이 전공교과의 절반 이상을 마쳤다. 투자한 시간이 많다보니 이게 그렇게나 후련할 수가 없다!


조별 과제 발표일이었던 오늘, 나는 포스터 발표 - Poster Conference - 라는 새로운 형태의 발표를 맡았다. 독일 친구 N과 덴마크 아주머니 한 분 그리고 두 명의 (이제는 더 이상 출신이 기억나지 않는) 동기들 이렇게 다섯 이서 준비한 발표다. 브렉시트에 관한 영국 언론들(그 중에서도 종이 신문들)의 보도 전략 및 영향력에 관한 내용을 담은 우리 조의 포스터는 뤼벤대 MAES(Master of European Studies) 교내 신문이라는 콘셉트를 가지고 포스터를 디자인했다. 


일종의 논문 연구계획 발표 같았던 포스터 발표. 우리 조의 자랑스러운 포스터를 소개합니다!
지금까지 연락하고 지내는 나의 소중한 친구 N



포스트 발표란, 발표 내용을 1장으로 요약하여 대자보 같은 큰 종이에 인쇄해 강의실이나 발표 세미나실에 준비된 벽에 붙여 두고선 일종의 Q&A 세션을 진행하는 발표를 말한다. 미술관에서 전시를 관람을 하다가 궁금한 점이 있으면 도슨트에게 질문을 하거나 벽에 붙은 설명 문구를 들여다보듯, 포스터 발표가 이뤄지는 장소를 배회하는 동기들과 교수님들은 한동안 포스터를 물끄러미 바라보더가 그 옆에서 '궁금한 게 있다면 제게 물어보세요!' 하는 눈빛을 장착하고 서 있는 조원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일반 발표보다 편안한 듯도 하지만 발표 내용을 1장의 대자보에 구겨 넣기(?)가 꽤나 신경 쓰이는 작업이다. 레이아웃과 콘셉트를 잘 짜는 게 포스터 발표의 관건인 듯하다. 수많은 포스터들이 붙어 있는 공간에서 동기들과 교수님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보니, 디자인과 레이아웃의 역할이 큰 발표다. 발표를 준비하는 과정 중에 이기적으로 구는 친구 둘 때문에 N과 내가 몇 번은 이를 악 물기도 했지만,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성공리에 발표를 마칠 수 있었다. 포스터 발표 이후 과행사 차원에서 크리스마스 파티가 있었는데, 별다른 재미를 느끼지 못한 N과 나는 파티와 잠깐 어울려주는 척을 하다가 강의실을 나왔다. 뤼벤 구 시청사의 크리스마스 장식들이 기숙사로 향하는 길을 환히 밝혀주고 있었다. 오랫동안 준비했던 발표도 마쳤겠다, 오늘은 푹 잘 수 있겠다. 





To. Readers

우리에게(uns, [운스]): 조별과제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과제인가, 하는 질문을 던지는 때가 있다. 많다. ^^  유럽이라고 다를 바 없다. 포스터 발표를 준비하던 우리 조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이제는 출신 국가가 기억나지 않는 '두 사람'이 다짜고짜 포스터 준비가 한창인 11월에 "나 오늘부터 시험공부해야 하니깐, 오늘 조별 모임 이후로는 참석이 어려울 것 같아" 하고 선전포고를 했다. "잦은 조모임이 힘들 것 같아. 괜찮을까? 어떻게 발표 일정을 조율할 수 있을까?"하는 뉘앙스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아니... 누구는 시험공부 안 하니? 너네만 하니? 그럼 우리 포스터 발표는 누가 하니?) ^^ 우리 모두에게 한 번쯤은 있었을 법한 '조별과제의 악몽'... 어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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