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의 재회였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멘토가 서울을 잠시 방문했고 4년 전 함께 일했던 사람들과 간단한 저녁 식사를 나누었다. 그간 무엇이 변했고, 무슨 일을 하고 있고 하는 대화가 식탁 위를 가득 채웠고, 저마다 코로나 기간 동안 어떤 특별한 체험을 하였는지 공유하기도 했다.
"우리가 보았던 게 보이지 않아, 이젠. (What we've seen is unseen)."
멘토는 지난 3년 동안 오스트리아에서 제대로 된 스키를 탄 건 단 한 번뿐이었다고 증언했다. 눈이 내리지 않는 날이 많았고, 오스트리아 특유의 설국 풍경은 미완성인 채로 봄을 맞아 녹아내렸다고 했다. 인공눈으로 슬로프를 덮긴 했지만, 그 수와 효과가 제한적이었기에 초보자건 고급자건 모두가 한 슬로프를 타며 내려와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꽈당 넘어지기 일쑤인 초보자와 같은 슬로프를 쓰는 건 아무래도 고역이었고, 자칫 잘못하면 꽝꽝 얼어붙은 인공눈 덩어리 위에 넘어지거나 그 옆에 자리한 돌무더기와 박치기를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었다고. 힘겹게 크로스컨트리를 몇 번 더 다녀온 걸 제외하고선 그게 전부였단다.
기후 변화는 멘토와 동료들 모두가 관심을 표하는 주제였다. 표해야만 하는 주제였다. 국경을 넘나드는 사안을 세심히 관찰하고 그 시사점을 챙겨 국내로 해당 주제를 들여오는 게 그들의 일이었으니깐.
"3년 전에 우리가 쓰던 그 전기차, 아직도 쓰고 있어?" 멘토는 물었다. "다행히 고쳤답니다." 동료가 대답했다. "낡았지만 괜찮아요, 아직은." 다른 동료가 끼어들었다. "쓸모를 평하기 전에 상징적이니 포기할 수가 있나요." 또 다른 동료가 덧붙였다.
전기 자동차, 원자력 에너지, 재생 가능한 에너지와 지속 가능한 에너지 간의 간극... 식사 내내 환경은 식탁을 떠나지 않았다.
집에 돌아와 옛날 사진첩을 열었다. <겨울왕국>의 모티브가 되었다는 오스트리아의 호수 도시, 할슈타트(Hallstatt)를 방문했던 겨울날을 몇 장 펼쳐 보았다. 멘토의 증언과 다르게 사진 뒷배경이 눈 덮인 산들로 가득 차 있다. 십 년이면 변함없을 것 같던 자연도 크게 변한다더니. 이젠 보이지 않게 된 것들 중에 중요한 것들이 있진 않은지 점검하게 된다.
*쿠델무델 (Kuddelmuddel): 독일어로 '뒤죽박죽'이란 뜻의 형용사 *프로이데 (Freude): 독일어로 '기쁨'이란 뜻의 명사. 나의 필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