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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이데 전주현 Sep 29. 2020

31. 모자이크 범벅의  그래피티 예술가

2016년의 마지막, 냥씨와의 겨울여행 (5)

16.12.30 금요일


전날 헤이그 당일치기 여행을 하고 돌아온 냥씨와 나는 암스테르담 중심부를 걸으며 야간 산책에 나섰다. 웬 이상하게 생긴 (꼭 땋은 머리 같았다) 와플에 초쿌릿을 듬뿍 발라 먹으며 도시 곳곳에 설치된 조명 설치 예술품들을 구경했다. 그러던 중, I Seoul U처럼 I Amsterdam이라는 포토 스폿을 지나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우연히 냥씨가 좋아하는 작가 크시(Banksy)의 전시를 열고 있는 모코(MOCO: Modern Contemporary Museum Amsterdam) 미술관을 발견하게 되었다.


전날 모코를 발견하던 야간 산책 중 허기를 달래준 땋은 머리 와플 두 꼬치(?)

웬 미스터리 추리극에 나올 법한 집 한 채가 미술관으로 운영되고 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모코 미술관은 암스테르담의 독립 미술관으로서 대중들에게 보다 친숙한 현대/거리 미술 전시에 집중하고 있는 곳이었다.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외관의 미술관에서 좋아하는 작가 크시의 전시를 주최한다는 걸 보고서 냥씨는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는지 내심 모코에 가고 싶다는 뉘앙스의 말들을 내게 건네기 시작했다. 대체 어떤 작가이길래 냥씨가 저렇게 까지 보고 싶어 하는 걸까 궁금했던 나는 내일 아침 한인민박에서 체크아웃을 하고서 우리의 마지막 네덜란드 여행지 로테르담(Rotterdam)으로 향하기 전, 모코를 둘러보자고 제안을 했다. 즉흥 여행의 묘미가 바로 이런 게 아니겠는가. 이런 순간들을 위해 행선지와 숙소만을 정해 둔 우리가 아니었던가.




미술관 오픈 시간에 모코에 도착한 우리는 카운터에 짐을 맡기고 비교적 한적한 분위기 속에서 크시의 작품들을 만났다. 뱅크시, 그는 과연 누구인가.


모코 미술관의 전경. 암스테르담의 유명 관광지인 반 고흐 미술관 옆에 위치해 있다.
아담하지만 안락한 분위기를 풍기는 모코의 외관과 내부. 지인의 집에 놀러온 듯한 느낌도 든다.


위키백과는 크시를 이와 같이 소개한다. "뱅크시는 1990년대 이후로 활동 중인 영국의 가명 미술가 겸 그래피티 아티스트, 영화감독이다. 그의 풍자적인 거리 예술과 파괴적인 메세지는 특유의 스텐실 기술로 제작되는 어두운 유머와 그래피티를 결합한다.(위키백과, <크시> 소개 글 중) 그리고 위키의 소개글에 냥씨의 설명, 그리고 모코에서 처음 마주한 크시 전시를 본 나의 소감을 덧붙이자면 크시는 꼭... 21세기 판 로빈후드 같은 인물이다. 얼굴 없는 정의의 도둑. 그래피티에 풍자적, 사회 비판적 메시지를 담고서 잊고 지내던 가치들을 되돌아보게 하는 꽤나 훈장님 같은 예술가다.


크시의 표현 방법이 풍자적이고 삐딱하며 꽤나 냉소적으로 보이긴 했으나 크시가 그렇게까지 자신의 입장을 거리에 표현한다는 건 희망의 메시지를 계속 붙들고 있기 때문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야기가 많은 사람을 만난 것 같아 감사했다. 냥씨의 안목에도 박수를 보냈고. 특히나 그래피티에 관해 알게 모르게 가졌던 편견을 깨부수는 계기도 되었다. 산책 공간이자 일상 공간이 되는 거리에서 예술과 메시지를 붙들고자 하는 그래피티의 적극적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얼굴없는 예술가 뱅크시의 토르소는 모자이크 투성이다.





To. Readers

우리에게(uns, [운스]): 동시대 예술가들을 팔로우하며 지내는 것은 내 오랜 취미다. 이날 뱅크시를 처음 알게 된 이후로 나는 종종 뱅크시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들어가 보고, 경매장에서 최고가에 낙찰된 자신의 작품을 갈기갈기 분쇄해 버리는 뱅크시의 '쇼'를 찾아보는 등 뱅크시라는 작가의 매력에 푹 빠져 지낸다. 정체가 가려진 탓? 덕? 에 뱅크시가 1인이 아닐 거다, 여기저기 지부를 두고 움직이는 거대 조직이다, 하는 썰들(?)도 즐겨 듣는다. 다음 번 유럽 여행 땐 벵크시의 작품이 있는 골목을 혹 지나진 않았는지 숨은 그림 찾기라도 하듯 걸어보는 것도 괜찮은 여행 계획이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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