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츠에서의 시간. 그것도 햇살을 반기고 봄을 숭배하는 시간. 그저께까지만 해도 언제 볼 수 있으려나 하던 녀석인데, 오늘 아침엔 또 성큼 문 앞에 와 있다. 화사함이란 잉크에 푹 적신 색종이 같은 것을 잘게 찢어 내 앞에 휘리릭 꽃비처럼 흩날린다. 그러고는 "나 왔지요!"하고 무대 뒤편에서 코러스를 끝낸 뮤지컬 배우처럼 포즈를 취한다.
들어와, 하는 대꾸 없이 문을 열어준다. 녀석은 총총걸음으로 신발을 벗고 들어와 거실로 돌진한다. 정체 모를 노란 가루 흰 양말 바닥에 눌어붙어 있는 게 보인다. 살짝 그을려진 화이트 초콜릿, 그러니깐 시들기 시작한 목련 꽃잎을 닮은 것 같다.
대뜸 소파에 눕는 폼이 여느 아버지들 못지않다. 이곳에 오기까지의 모험담을 빗물 튀기듯 쏟아낸다. 그건 또 '길게 앉은(절대 누운 게 아니다)' 아버지들을 보고 웅얼대는 어머니들을 닮았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행동에 피식 웃음이 새어 나온다. '못 봤겠지?'
여우비를 피하려고 당장 손에 든 양산을 비상용 우산으로 활용하듯이, 녀석을 맞이한다. 갑작스럽지만 자연스레. 올해도, 어김없이.
*쿠델무델 (Kuddelmuddel): 독일어로 '뒤죽박죽'이란 뜻의 형용사 *프로이데 (Freude): 독일어로 '기쁨'이란 뜻의 명사. 나의 필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