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 DO I?] 본식과의 대화
몇몇은 순서가 해결되었다 하면, 복장이나 선물 등은 어떻게 할 건지 고민을 표한다. 그리고 친척들에게도 일일이 인사를 드려야 하는지 궁금증을 연달아 표한다. 우선, 그게 고민이었던 궁금증이었든 접근 방식을 달리 해보길 추천하고 싶다. '해야 한다'는 공식은 없다. 마음에서 우러나온, 그리고 남편과 아내 간의 충분한 대화를 통해 결정한 복장, 선물, 친척들과의 인사면 그것으로 된 것이다. 아내 쪽만 불편하게 한복을 곱게 차려입어야 할 의무? 신혼여행을 다녀온 성의 표시를 어느 정도 해야 된다는 규칙? 그런 건 없다.
급하게 준비한다 하더라도 워낙 챙길 것이 많아 장기전이 되고 마는 게 바로 결혼(식) 준비라 했던가. 하객들을 향한 인사와 양가 부모님을 향한 인사 외에도 꼭 챙겨봄직 한 게 있다면 바로 시작한 결혼 패키지의 상품을 무사히 마무리 짓는 거다. 이때, 마무리라 함은, 적지 않은 금액을 들여 계약한 상품들(이를테면, 본식 스냅사진과 동영상)을 제대로 제작하여 수령할 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것과 지금까지의 결혼 비용을 한눈에 보기 쉽게 정리해 보는 것이다.
신랑 신부의 혼을 쏙 빼먹었던 결혼식이 가물가물 해질 무렵, 대략 본식을 마치고 한 달 이내, 본식 스냅사진과 동영상 촬영 작가로부터 메일이 올 거다. (대게는) 원본 파일을 먼저 보내주며, 계약한 내용에 따라 **장을 골라(셀렉하여 - 이상하게도 이럴 땐 영어를 쓴다) 보내달라는 내용의 메일이다. 계약 내용을 넘어서는 장 수의 사진에는 당연히 추가 요금이 붙는다며 그에 관한 상세 내용 또한 메일에 적혀 있다. 뭐야, 그러면 부부의 사정이나 취향에 따라 원본 파일 중에서 일부를 골라 답장하면 되는 거 아닌가? 단순해 보이는 이 일이 따지고 보면 그렇게 쉽게 되진 않는다.
우선, 원본 파일의 양이 어마어마하다. 비슷해 보이는데 조금씩 피사체들의 분위기나 모습이 다른 사진들이 수 십 장이 되고, 그중엔 콘셉트를 제대로 파괴하는 엽사나 처참한 구도의 사진도 꽤 된다. 원본이기에 용량도 꽤 커서 하나하나 봐가면서 보정본/최종 선택본으로 골라낼 만한 사진을 **장만 고른다는 건 그러니깐 상당히 에너지를 요하는 작업인 거다. 다행히, 해당 작업을 언제까지 해달라는 기한이 절대적이진 않다. 답장을 해주기만 한다면 되는 상황인 거다. 문제는 미루면 한 없이 미루게 되는 게 본식 스냅사진 셀렉 작업이라, 기왕이면 결혼 준비와 신혼여행 이후 현생으로 돌아와 정신없을 상황이더라도, 굳은 결심과 함께 빨리 끝내는 게 맘이 편하다.
ASAP가 추천되는 이유는 결혼 패키지 챙기기를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된다는 홀가분한 때문도 있지만, 사실 사진 및 동영상을 편집해 주는 업체의 상황 때문이기도 하다. 부부에게는 단 하나의 사진 및 동영상 촬영 업체가 있을 뿐이지만, 업체에게는 수 십 커플이란 고객이 있질 않은가! 작업에 혼선이 없고, 업체가 부부의 특수한 상황 등을 잊지 않으려면 ASAP 셀렉에 좀 더 힘을 실을 필요가 있다.
게다가 관련 업체의 작업 상황이 외부 업체를 통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기에, 메일을 보낸 내용이 사진 보정을 작업하는 직원에게 제대로 전달되고, 관련 상품을 배송하는 직원에게 제대로 전달되고, 이 모든 걸 관리 감독하는 플래너 혹은 부부에게도 제대로 전달될지는 장담할 수가 없다. 약속된 상품(결혼 앨범과 보정본 파일 수령)을 받기 전까지, 부부의 세심한 감시가 필요하다. 내 경우엔 본식 사진을 셀렉하다가 요청된 사항이 하나도 반영되지 않은 파일과 답장, 앨범을 받은 적이 두세 번이 넘어 분을 삭이기가 어려웠던 기억이 있다. 여러분은 부디 그러지 않았으면 한다.
여차저차 본식에 관련된 사진과 영상 자료를 모두 수령하고 그를 가공한 마지막 상품(웨딩 앨범과 동영상 앨범)까지 제대로 수령했다면, 부부가 지금까지의 지출을 한 번 정리해 보는 것도 괜찮다. 예산을 미리 세워두고 진행했던 결혼식 준비라 하더라도, 계획했던 것보다 더 많이 지출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결국 가정의 재정상황이나 계획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이기에, 부부이자 가정으로서 새 출발을 앞둔 남편과 아내가 한 번쯤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지 않을까 하다. 물론, 이 또한 해야만 하는 건 아니고 권장 사항이다.
관련하여 '다시 결혼식을 올릴 것도 아닌데, 뭣하러 고생을 하는가?' 하고 반문을 제기할 이도 분명히 있을 거다. 하지만 결혼 비용 내역을 정리하다 보면 신랑 측의 지출과 신부 측의 지출 현황도 알 수 있어 양가의 비용 균형을 맞추거나 정산하기도 편리할뿐더러, 그때는 어버버 감행했던 지출이 의외의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 등도 짚고 넘어갈 수 있다. 결혼을 준비하는 또래나 누군가가 참고할 만한 레퍼런스로 활용될 수도 있고,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에서 감사인사를 다짐하게도 된다. 예를 들어, 하객 식대를 1,000만 원 정도로 잡아뒀던 것이 2,000만 원이 된 사연을 알게 되면서, 축하와 축복의 발걸음을 아끼지 않았던 하객들에게 늦게나마 감사 인사를 건네는 것도 비용 정산 덕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7장에 걸쳐 연재했던 [I DO, DO I?] 시리즈가 고수했던 메시지를 다시 한번 언급하면서 시리즈를 마무리 짓고자 한다.
결혼(식) 준비는 한 사람과 다른 한 사람이 하나가 되어 새로운 가정을 준비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장기전이고, 생각 외로 두 사람(예랑과 예신)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것들이 적고, 얽혀 있는 사람들도 가족과 웨딩 패키지 관련 업체, 친구 등으로 다양해서 어느 한쪽만을 생각하고서 준비하다가는 다른 한쪽이 소외되거나 어색해 할 수 있다. 특히나 가장 많은 시간과 돈이 들일 웨딩 업계의 스드메와 본식 스냅 협력업체들은 보수적이고 정보를 투명히 공개하지 않으며 추가 결제를 유도하는 끼워팔기에 능숙하다. 준비 과정 자체가 보이는 것에 집중하면 할수록, 예비부부가 힘들어진다. 그런 방향으로 예비부부를 교묘하게 몰고 가는 상황에서 완전히 자유롭기가 어렵다.
+ [I DO, DO I?] 시리즈의 마지막으로, 자그마한 에필로그를 준비했습니다. 플래너의 '해야 한다'에 대항할 만한 결혼 선배들의 '추천한다' 사연 몇 가지를 소개할까 하는데요, 궁금하신 분들은 다음 글에서 확인해 주세요!
위 글은 2023년 '서울시공익활동센터'의 아카이브 큐레이터 활동으로 선정되어 작성한 글입니다.
- 원 게시글 링크: https://www.seoulpa.kr/bbs/board.php?bo_table=npo_aca&wr_id=74370
국민일보 23.11.29
[사설] 미혼 청년 급증… 정책 지원과 함께 결혼 가치관 정립해야
https://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332423&code=11171111&cp=nv
네이버블로그 23.03.31
[바로제작] 결혼답례글 결혼답례인사 결혼식답례문자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aver?volumeNo=35693120&memberNo=3253068&vType=VERTICAL
네이버블로그 23.03.22
결혼식 비용 총정리(가성비/추가요금/결혼식 후 느낀점)
https://blog.naver.com/hyesun0305/223051387972
쏜다넷 21.06.01
[쏜다넷] 결혼답례문자 / 결혼답례문자 내용
https://www.youtube.com/watch?v=gcZ_jERhSpc
여인천하 Mrs.World 21.01.14
결혼식이 끝나면 신랑신부가 해야할 일들 중 하나! 언제쯤 어떻게 감사인사 할까요?!
https://www.youtube.com/watch?v=3G89jqyA69E
퀴니렐라 19.11.19
결혼준비비용 총정리 + 비용 분담 방법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