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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이데 전주현 Dec 13. 2023

쉴러가 달아준 날개

마인츠, 독일

여행은 종종 갑작스럽게 내게 날개를 달아준다. 갇혀있지 말고 뛰어놀며, 큰 소리로 웃고, 장난을 궁리하고 자유로워지라면서. 여름날의 마인츠를 처음 겪은 2016년 8월의 어느 날도 마찬가지였다.

마인츠 쉴러 광장에는 카니발의 기쁨과 혼돈을 여러 얼굴로 표현한 카니발 분수(Fastnachtsbrunnen)가 있다. 여름을 맞은 분수에선 물줄기가 뿜어져 나왔는데, 일제히 움직이는 군무보다는 여기저기서 찍 찍 뿜어대는 물총싸움 같은 모양새였다. 시시덕거리는 느낌이 카니발 분수다웠다. 물의 표면을 비추는 여름 햇살과 물줄기의 비트가 어우러지면서 분수 주변이 시원해졌다.

겨울학기 중에 보지 못했던 풍경이란 생각에 한동안 광장을 돌며 분수대 사진을 찍었다. 주변을 좀 더 둘러본 건 카메라 셔터를 꽤 많이 누른 뒤였다. 분수대 안에 들어간 사람들이 보였다. 기저귀 차림의 아기와 부모로 추정되는 어른이었다. 시원하고 자유로워 보였다.

'어린아이가 아니더라도 물 안으로 뛰어들어도 될까?'

서울 도심에선 그저 어른 미소를 꾸며내며 지켜보기만 했을 풍경인데, 독일에 있으니 굳이 어른 흉내를 낼 필요가 있을까 하는 반문이 들었다.

좋아 보인다며 나의 쌍둥이 친구들, 아델리나와 알리나에게 말했다. 친구들은 내 말을 듣더니 눈으로 무언가를 주고받고선 일제히 샌들을 벗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신발을 양손으로 들고서 분수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어어 그래도 되는 거야?'

서울에서의 마음이 제동을 걸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친구들은 어물쩍대는 나를 돌아보며 재촉하기 바빴다. 시원하다고, 좋다고, 괜찮다고. 때마침 아기도 동조하듯 꺅 소리를 질렀다.

매번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지, 늘 함께하는 어린아이 한 명이 맘 속에서 불쑥 튀어나왔다. 아이는 청바지 밑단을 두 번 걷어 올리더니 가죽 샌들을 오른쪽부터 홱 벗었다. 젖은 발을 닦을 수건 한 장 생각 않고 물속으로 걸어갔다. 참방참방 소리에 신이 났다. 친구들도 덩달아 환호했다.

물속, 가까이에서 올려다 카니발 분수는 바빠 보였고 신나 보였다. 자신의 옆을 맴도는 산책자들의 까르르하는 소리를 물과 함께 하늘 위로 올려 보내느라 말이다.




*쿠델무델 (Kuddelmuddel): 독일어로 '뒤죽박죽'이란 뜻의 형용사
*프로이데 (Freude): 독일어로 '기쁨'이란 뜻의 명사. 나의 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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