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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이데 전주현 Oct 07. 2020

39. Ah 다르고 Uh 다르다

ESSEC 비즈니스 스쿨 겨울 계절학기 노트(6)

17.01.06 금요일


"Just spliting the tasks and gathering them as a file."

삐딱한 자세. 삐딱한 말투. 지극히 중립적일 수 있는 단어들이 모여 있는 문장 하나였는데 마음이 불편했다. 저 한 마디가 나오기까지의 맥락이 참 울퉁불퉁했다. 거칠었다. 마망 교수님 수업을 함께 수강하는 프랑스 여학생 셋과 조별 과제를 준비하는 내내 그랬다. 


모두가 외교적으로, '나이스 하게' 말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그렇게나 '전략'을 입에 달고 다니는 경영학도인데(내가 이 학교에서 가장 많이 들은 표현이 바로 전략이다. 세상에 뭐가 그렇게나 정복하고 굴복시키고 침투할 일이 많은지 뭘 해도 전략을 운운한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라는 오랜 지혜를 왜 본인의 '전략'으로 삼지 않는 것일까. 의문 투성이다. 열심히 발표 준비를 해 보려는 나를 오히려 미련하다는 듯 깎아내리다니, 정말 타고난 전략가들인 걸까. 무엇을 위한 깎아내리기고 무엇을 노리고 있는 걸까. 


그들은 이름값이 나 있는 학교에 등록된 학생인 것만으로도 자신들의 가치가 어느 정도 입증되었다는 듯이 참 말을 함부로 했다. 종강을 한 지금, 그들에게 되묻고 싶다. 자신의 가치가 고작 학교의 이름값으로 증명 가능하다고 믿는 건지. 스스로에게 엄청난 실례를 범하고 있는 건 아닌지. 개개인이 생각하는 가치의 우선순위에 O/X 푯말을 들이밀 수는 없는 거다. 이런 삶이 있으면 저런 삶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어느 조직의 구성원이 되길 바라는 '비즈니스 맨/우먼 지망생'이라면 팀원 간의 '소통'에는 좀 더 정성을 쏟아야 하지 않을까. 


종강해서 다행이다. 참 다행이다.


다음날 뤼벤행 IZY 기차를 타기 위해 파리 북역(Gare du Nord)을 다시 찾았다. 째깍대는 시계와 빽빽한 기차 시간표에 남아 있는 겨울 일정들을 다시 확인해 보게 된다.





To. Readers

우리에게(uns, [운스]): 기분 좋게 시작한 ESSEC에서의 겨울 계절학기 수업은 '조별 과제'라는 폭탄을 맞고서 용두사미가 되어 버렸다(도대체 누구를 위한 과제였던가). 하지만 ESSEC에서의 1주일 생활에 정신이 팔려 있기에는 기말고사가 정말 코앞으로 다가와 있었다. 하루빨리 뤼벤으로 복귀하여 무사히 1학기를 마무리 지어야만 했다. 겨울이 가면 곧 2학기 겸 논문학기가 시작될 테고, 한국으로 돌아갈 준비를 해야만 했었다. 바쁘긴 했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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