냥씨와의 겨울여행에 이어 ESSEC에서의 겨울 계절학기까지 기숙사를 2주 간 비운 셈이 되었다. 그리고 뤼벤으로 돌아온 오늘, 나는 하루 종일 바깥으로 나가질 않았다 (그러니 오늘 일기에는 남겨둘 것이 많지 않다).
하지만 뜻밖의 여행을 기념(?)하고자 한다. 기숙사로 돌아오기 직전의 일이었다. 파리에서 브뤼셀로, 브뤼셀에서 뤼벤으로 기차로 이동하는 내내 눈이 내렸다. 땅에 잠깐 내려앉았다가 스윽 녹아 없어지곤 하는 '착한 눈'이었다. 눈 내리는 길을 따라 기숙사로 20여분 걸어갈 수도 있었지만, 케리어 하나를 손에 쥐고 무거운 노트북 가방을 메고 있었다.
굳이 걷지 않아도 버스를 타도 멋진 풍경을 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리하여 처음으로 카드를 꺼내 보았다. 학기 초에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판매했던 21유로짜리 학생 교통 카드. 시즌권이었지만 일종의 기간제 자유이용권이어서 많이 쓰면 쓸수록 본전을 챙기는 셈이었다. 승강장 8번으로 버스가 들어왔다. 타이밍이 딱이었다.
그런데 웬걸, 버스에는 무사 탑승하고서 교통카드를 개시하였는데, 기숙사에 점점 가까워지기는커녕 점점 더 멀어지는 게 아닌가. 다급히 기사님에게 '뤼벤 밖으로 가는 버스인가요?'하고 물어보니, 뤼벤 링 안을 빙빙 도는 순환 버스라고 하신다. 버스를 탔던 곳에서 다시 내리기만 하면 되었다. 기숙사까지는 다시 걸어가든지, 제대로 된 버스를 타든 지 해야겠지만 길을 잃을 위험은 없었다. 시간을 두고 기다리면 되는 일이었다. 의도치 않은 드라이브 시간을 가진 나는 눈 내리는 뤼벤을 버스 창을 통해 감상했다.
20-30여분이 지났다. 그제야 버스를 탔던 곳에 다시 내릴 수 있었다. 그새 눈이 그쳤다. 그리고 그 외의 것들에도 연이어 마침표가 찍혔다.
겨울여행.
계절학기.
소리 없이 내리고 사라지던 착한 눈.
그리고 버스를 잘못 타는 바람에 놓쳐버린 슈퍼마켓의 주말 영업시간.
기말고사를 한 차례 치르고
지난 1학기에도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으면(_)
To. Readers
우리에게(uns, [운스]): 2020년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그간 얼마나 많은 마침표를 찍어왔는지, 연초에 적어 내려갔던 체크리스트에 얼마나 많은 체크를 그렸는지를 되돌아보게 됩니다. '쩜(.)' 찍을 수 있겠죠? 있을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