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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이데 전주현 Oct 10. 2020

42. 라, 한 번에 탭댄스, 라라, 두 번에 오디션을

"무슨 이야기도 좋으니 당신의 이야기를 한번 해주세요."

17.01.29 일요일


내가 영화에 재미를 붙이게 해 준 장르는 다름 아닌 뮤지컬이다. 멜로디와 이야기가 뒤엉켜 있는 뮤지컬이 비현실적이고(영화가 영화로 끝나질 않는가! 너무 깔끔했다), 무엇보다도 (나도 모르게 몸을 움직일 정도로) 신이 나서 좋았다. 학창 시절 내내  <사운드 오브 뮤직>, <마이 페어 레이디>, <메리 포핀스>, <사랑은 비를 타고> 등 할리우드의 고전 뮤지컬들을 수도 없이 시청했다. 학부 수업 중에는 인기 교양 과목인 <뮤지컬과 오페라> 수업을 수강하고 싶어 전공수업보다 더 심혈을 기울여 해당 과목의 수강 신청에 임한 적도 있다. 하지만 뮤지컬 영화를 좋아한다고 해서 화려한 무대만 좇아 다니는 사람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이야기가 탄탄하다는 전제 하에 뮤지컬 영화를 선별해서 본다. 때문에 영화 <레미제라블> 이후로 뮤지컬 영화라는 이유만으로 '먹히겠지' 하면서 과감한 홍보를 벌이는 몇몇 (시시)한 뮤지컬 영화들에 종종 혀를 내두르곤 한다.


앙증맞은 뤼벤 Kinepolis 영화관의 영화티켓. 표는 자그마해도 극장은 CGV 스페셜관 못지않다. 좌석이 매우 넓고 편안하다.

1학기 종강을 기념하자는 차원에서, 나의 뤼벤 영화 메이트 E와 함께 하는 간만의 극장 방문이었다. 그리고 간만의 뮤지컬 영화였다. 한국에선 이미 한창 인기몰이 중이라 스포일러 없는 감상평과 인증샷을 SNS 상에서 수도 없이 본 영화이기도 했었다. 그래서 그런지 영화를 보기 전인데도 이미 본 영화 같달까.


유독 영화 제목이 눈길을 끌었다. 라라 랜드(La La LAnd). LA얘긴가 했는데, La La Land라고 해서, 할리우드가 있는 LA에서 착안한 '환상의 나라'라는 뜻을 지닌 관용어라니. 게다가 뮤지컬 영화에 딱 어울리게도  마치 음악을 흥얼거리는 소리 같은 '라라~(La La)가 들어간 제목이라니. 라라랜드. 라라랜드. 라라... 소리 내어 읽어보니 어감까지도 이뻤다.

라, 혀 끝을 말았다 필 때마다, 라,  한 발짝 한 발짝 앞으로 전진하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영화 속 주인공이 힘차게 걸어 나가는 장면이 있다면 딱 어울릴 거다. 라라.


영화를 다 본 후, 나는 '라라랜드는 라라, 환상 저 디에만 머물러 있다'는 쓸쓸함의 정서를 지울 수가 없었다. 재즈와 접목한 음악들이 피아노와 배우들의 춤 선과 어우러져 눈과 귀를 즐겁게 한 건 확실했지만, 씁쓸함이 가시질 않았다. 특히나 미아가 오디션을 보는 장면이 머릿속을 떠나질 않는다. 그냥 아무거라도 좋으니 내 얘길 해보라고 한다면 나는 무슨 이야기를 떠올릴까, 하는 질문을 하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미아와 세바스찬이 이어지는 결말을 바라지는 않는다. 라라랜드가 주는 씁쓸함이 마음에 들었다. 사랑과 꿈을 동일시하지 않고, 그 두 사이에서 저울질을 계속하며 조금이라도 더 고민하고, 끝내는 과감한 선택을 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현실적이었다. 때문에 더 공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시작부터 끝까지, 그들의 삶에 상상이 끊이질 않았다는 점이 감동적이었다. 영화는 상상의 수단으로 음악과 춤을 사용했지만, 실제 삶 속에서는 그 수단이 음악과 춤 이외에도 다른 다양한 방법으로 나타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미아와 세바스찬의 삶의 우리들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구나, 하는 안도감이 생겼다. 씁쓸하지만 안도하게 되는 그런 영화였다.





To.

Readers 우리에게(uns, [운스]): 미아와 세바스찬이 티격태격하며 탭 댄스를 출 때 부르던 'A Lovely Night'이란 노래를 한동안 기숙사 방에 틀어놓았습니다. 그중 가장 명장면은, "너의 그 폴리에스테르 양복이.." "이거 울이거든!" 하는 그 티키타카랄까요? 다시 한번 보고 싶은 영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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