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 유형 검사들을 맹신하진 않지만 반복적으로 나오는 결과들에는 대체로 고개를 끄덕이곤 하는 편이다. 내 경우엔 '수집'이 늘 검사 결과로 등장하곤 하는데, 이게 미니멀리즘을 마치 '진보적인 라이프스타일'로 말하곤 하는 요즘에는 꽤나 괴짜 취급을 받는다(참 억울하게도!).
'무얼 그리 사 모으고, 버리지 않으며 쌓아두거나 정리하려고 하느냐'는 윽박지름과 '공수래공수거'와 같은 철학(?)을 들먹이는 목소리들이 많다. 그런데... 그건 그들이 몰라서 하는 소리다.
수집에는 기본적으로 수집가의 호기심과 애정이 뒤따른다. 그 감정의 선을 따라가 보면 어느 사연을 만나게(혹은 떠올리게) 된다. 사연을 파고 파다 보면 나를 매혹하는 스토리텔링, 즉 사람들과 아이디어들을 발견할 수 있다. 하루를 다채롭게 하는 것들이다.
나의 연예인이자 (영화 평론계의 아이돌인) 동진님은 수집가 선배이기도 하다. 물론 내가 수집하는 것들에 비하면 동진님의 수집품들은 개인적이라고만 하기에는 너무나도 문화사적 의의가 돋보이는 것들이지만... 그런 나와 동진님의 수집품 갭에도 불과하고 한 가지만은 같다고 자부한다. 바로 동진님의 수집품에도 나의 수집품에도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수집품에 서린 이야기는 잠깐이나마 현실에서 멀리 떨어져 있을 수 있게끔 '아지트'와 '추억'이란 이름의 외딴 동굴로 나를 데려간다. 하지만 때로는 그 이야기 덕에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며 조잘대기도 하고 글을 쓰기도 하기에 나는 수집품의 리드 하에 '기억'과 '창조'란 이름의 광장, 아고라로 나가기도 한다. 동굴과 광장을 오가는 여행을 언제든지 떠날 수 있는 거다. (정말이지, 수집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런 의미에서 내게 동진님의 신간 <#파이아키아,이야기가 남았다>는 단숨에 읽어 내려갈 수밖에 없는 공감 에세이였다. 무엇보다 동진님이 신이 나서 수집품에 얽힌 이야기들을 풀어내는 게 문장 곳곳에서 느껴졌다. 읽는 나까지도 괜히 신이 나는 대목이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이야기할 때의 사람은 언제나 사랑스럽다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