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
집 안 가득 눈에 들어오는 추억의 물건을 보며 생각합니다.
어쩌다 내 곁에 머물게 되었을까.
한동안 물건에 관한 상념에 잠깁니다.
상념은 방랑벽이 있고 걸음도 큼직한 편이라 한 곳에 머물지 않습니다.
한 사건을 떠올리면 그와 연관된 또 하나의 감정을 떠올리면서 몸집을 키우는 데 능합니다.
한번 상념에 잠기면 쉽사리 헤어 나오질 못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지요.
얼마나 지났을까요?
추억 속을 굽이굽이 산책하던 상념이 멈춰 섭니다.
그 자리엔 사람이 있습니다.
어쩌다 내 곁에 머물게 된 사람입니다.
상념이 그 사람 안으로 들어갑니다.
더 이상 돌아다니지도, 꼬리에 꼬리를 물지도 않습니다.
그 사람 안에서 상념은 비로소 편안해 보입니다.
발그레 웃습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한두 마디 보탭니다.
그 어쩌다를 운명이라고 부릅니다.
내가 감히 통제할 수 없는 힘이라면서요.
설명이 맘에 썩 들지 않습니다.
나는 대안을 냅니다.
선물이라고.
거울이라고.
이야기라고.
나를 이루는 조각조각이라고.
그때 들은 것도 같습니다.
그 사람 안에서 붉게 피어나는 상념이 크게 소리 내어 웃는 것을요.
그때부터인 것 같습니다.
엄마를 옷걸이에 걸고 아빠를 가방에 넣으며 외롭지 않은 산책을 떠난 게.
정말이지, 오롯이 내 힘으로 이룬 것은 없습니다.
브런치북 연재작, '틈글집 3: 엄마를 옷걸이에 걸었다'를 사랑해 주신 독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원고를 좀 더 다듬은 뒤에, 2025년 서울 퍼블리셔스 테이블(2025.10.17 - 19 @국립중앙도서관)에서 독립출판물로 만들어 선보이고자 합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께선 '지음지기' 부스를 찾아주세요. 브런치 독자분들을 직접 만나 뵌다면 영광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