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지음지기

밥 짓는 중입니다

지음지기 두 번째 전시, <글그림 씨의 식탁>

by 프로이데 전주현


KT&G 상상마당 20주년 기념사업 <독립문화기획자 지원 프로젝트> 최종 선정 작가전이자 지음지기의 두 번째 전시인 <글그림 씨의 식탁: 밥 짓는 중입니다>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전시 개요


“오늘 뭐 먹지?”

“대충 아무거나.”


식탁이 점점 질문을 잃어간다. 식사는 선택지가 되었고, 하다못해 밥은 ‘해결해야 할 일’ 취급을 받는다. 이대로 괜찮을까?


글그림 씨*는 그 흐름에 잠시 반문을 던진다. 대뜸 저녁을 함께 먹자고 한다. 밥솥 취사 버튼을 누르고 계절의 재료를 냉장고에서 꺼내 손질한다. 냉장고 문에 붙여둔 손 글씨 레시피를 참고하여, 안부를 묻는 마음으로 요리를 준비한다. 식탁에 모여 앉아 나눌 감정들을 기대하며 수저를 놓는다. 그리고 나지막이 말한다.


“먹는다는 건 늘 함께였기에 풍성했어.”


전시 <글그림 씨의 식탁: 밥 짓는 중입니다>는 독립 출판 프로젝트 팀, 지음지기의 네 번째 에세이집 『한 끼의 문학』을 바탕으로, "무엇을 먹을까"에서 "누구와, 어떻게 먹을까"로 바뀌는 마음의 궤도를 따라간다. 한 권의 책을 만드는 과정을 요리 과정(텃밭 - 마트 - 냉장고 - 조리대 - 식탁)에 빗대어 지음지기의 공동 창작 과정을 소개한다. 맛있는 이야기를 탐닉하며 식탁에서 오고 가는 마음과 시간을 들여다본다. 함께, 배부르게, 웃고 운다.


*글그림 씨는 의인화된 지음지기로, 첫 번째 책 『숲에서 도토리 한 알을 주웠습니다』의 서문에 처음 등장했다. 글과 그림, 쓰는 사람과 그리는 사람이 함께하는 지음지기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가상의 인물인 셈이다.




작가 소개


지음지기(drawn n written by) “함께 그리고 씁니다.”

쓰는 사람 전주현과 그리는 사람 최정연이 함께하는 독립출판 프로젝트. 2014년에 언니, 동생 하던 인연이 창작 동료로 발전하여, 2022년부터 ‘마음이 서로 통하는 친한 벗’이란 뜻의 팀, 지음지기로 활동하고 있다. 인스타그램(@drawnnwrittenby)을 통해 ‘글과 그림의 대화’라는 콘셉트로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팀을 꾸린 이후 고수해 온 작업 방식은 ‘선 프로젝트 운영, 후 책 만들기’로, 한글 초성을 키워드로 한 프로젝트를 한두 계절 동안 운영한 뒤, 북페어 일정에 따라 이미 완성한 글과 그림을 책이란 매체에 맞게 재편집하는 과정을 일컫는다. 특별히 이번 전시, <글그림 씨의 식탁: 밥 짓는 중입니다>에서는 네 번째 프로젝트 리을(ㄹ)의 ‘레시피’를 주제로 한 『한 끼의 문학』을 최초 공개한다.


전주현(Juhyun Jun) “긴 글이 지닌 힘을 믿습니다.”

지음지기의 쓰는 사람이자 연필. 라디오와 함께하는 일상과 평생 외국어를 공부하는 인생을 반긴다. 때때로 브런치 작가, 독일어 강사, 스크랩북 메이커, 시인이 되어 여행을 떠난다. 독립출판물로는『틈글집: 뭐야 너무 다정하잖아』와 『틈글집: 열두 달 이야기』,『틈글집: 엄마를 옷걸이에 걸었다(예정)』, 공저로는 주머니시 『내다 버린 구원을 너와 함께 주워오고 싶다』,『휘어진 숲길을 오래도록 걸었다』와 파도시집선 『013 빛』이 있다.


최정연(Jungyon Choi) “삶이 건네는 이야기를 따라가니 그림이 되었습니다.”

지음지기의 그리는 사람이자 붓. 좌우명은 ‘순수하고 소박하며 담대하게.’ 이름 뜻처럼, 정원에 흐르는 샘물같이 편안함과 생명력을 지닌 사람이 되고자 한다. 현재 도시로부터 멀어져 자연을 거닐며 떠오르는 생각들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녀에게 그림이란 삶에서 겪는 대비 요소들(고요와 동요, 빛과 그림자, 인간과 자연) 사이의 긴장을 그려내는 도구이자,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이해하려는 시도이다. 단행본 『평범 예찬』의 표지, 가수 서진의 ‘Hodogaya’ 앨범 켓 등에 참여했으며, 합정동 아크에서 아티스트웨이 워크숍도 진행하고 있다. 독립출판물로는 『혼자가,』와 『Querencia』가 있다.




전시 공간 소개(창작 조리 과정)



하나, 텃밭 - 브레인스토밍 “새로운 아이디어 없을까?”

창작의 재료는 의외로 우리 주변에 널려 있다. ‘이번엔 무슨 책을 만들까?’하며 기획 아이디어를 모을 때, 지음지기가 가장 먼저 눈을 돌리는 곳은 주변이다. 일기장이나 사진첩, 가족, 자주 방문하는 장소 등 심리적으로 나와 가까운 것들이다. 고로 매대에 놓인 과일이나 채소, 주방에 마련된 국자와 그릇도 멋진 이야기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라던 봉준호 감독의 말을 되뇌며, 일상 속 물건에 뒤따라오는 사연을 마구잡이로 떠올려보자. 의외의 수확을 할지도 모른다.


둘, 마트 - 기획 “이 아이디어로 무얼 할 수 있을까?”

모든 아이디어가 살아남는 것은 아니다. 브레인스토밍 단계에서 발견한 아이디어들을 솎아 내는 기획의 단계를 거치기 때문이다. 창작자가 조금이라도 더 진심으로 작업할 수 있는 소재인지, 어느 정도의 분량이 나오는지, 창작물을 접할 관객(독자)이 공감할 만한 부분을 갖췄는지(소재의 보편성을 고려), 또 그 관객(독자)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만한지(소재의 특이성을 고려) 가늠해 보아야 한다. 상품의 상태와 가격, 유통기한을 따져가며 장을 보는 풍경과 다를 게 없다. 여러분의 장바구니엔 어떤 상품, 어떤 창작의 재료가 담겼는가?


하나, 텃밭 - 브레인스토밍
둘, 마트 - 기획





셋, 냉장고 - 연구 “조금 더 파고들어 볼까?”

어떤 이야기를 쓰거나 그리기로 했다면 연구가 필요하다. 이전 단계들에 비해 조금 더 정돈된 형태로 이야기를 다듬어야 한다. 그리고 이야기를 책이란 매체에 어울리게 재단해야 한다. 이때 원고가 기획에서 엇나가진 않았는지 점검하는 구조(콘셉트)가 갖춰지고, 여러 원고를 관통하는 대주제가 결정된다. 일례로, 『한 끼의 문학』에 수록된 여섯 개의 레시피는 요리의 기술이나 재료에 주목하지 않는다. 대신 그 음식과 관련 있는 사람이 꼭 등장하며, 그 사람과 음식을 나누었을 때의 감각이 중요하게 소개된다. 틀을 갖춘 이야기는 이전과 무엇이 다른가?


넷, 조리대 - 노동 “글로 쓰고 그림으로 그려보자.”

무엇을, 어떻게 쓰기로 결정했다면, 그와 관련해 어느 정도 계획과 구조를 갖추었다면, 남은 일은 단 하나다. 책상 앞으로 가 앉아 쓰거나 그려야 한다. 창작은 곧 노동이다. 노동은 몰입을 요구한다. 그 일은 오롯이 혼자서 해야 한다. 공동 작업을 하는 지음지기도 피해 갈 수 없다. 노동의 단계는 지난하다. 하루에도 몇 번씩 백스페이스(backspace) 키를 누르고 스케치북의 다음 장을 넘긴다. 엎치락뒤치락의 연속이다. 지음지기의 조리대, 작업실에 잠시 머물러 보라. 지음지기와 똑같이, 또는 아주 다르게 쓰고 그려 보라. 처음부터 명작을 만들려고 하지 말라. 노동은 번복투성이니까.



셋, 냉장고 - 연구
넷, 조리대 - 노동






다섯, 식탁 - 완성 “나의 이야기를 들어줘. 너의 이야기를 들려줘.”

어느 순간, 우리는 노동을 멈추고 창작의 결과물을 완성 지어야 한다. 오래 붙잡고 있는다고 완벽한 글과 그림이 나오지 않는다(지금까지의 경험과 수많은 예술가의 증언이 그렇다고 말한다). “여기가 끝이야!” 하는 선언을 하면 창작물을 공개할지 말지 하는 기로에 선다. 정성스레 준비한 음식을 식탁 위에 차리 듯이, 지음지기는 그간의 글과 그림을 책으로 엮는다. 아무래도 책의 완성은 독자를 만났을 때라고 믿으며, 여러분을 위한 수저를 식탁 위에 놓는다. 자세히 읽히고 파헤쳐지기를 바라며 음식(책)을 내온다. 부디 맛있게 드세요!





다섯, 식탁 - 완성




/전시

글그림 씨의 식탁: 밥 짓는 중입니다


/기간

25.09.08 - 10.30

(9시-19시 30분 오픈, 공휴일 휴무, 10.3 - 10.9 추석 연휴 기간 동안은 휴관)


/장소

KT&G 대치갤러리

(@ssmadang_gallery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416 1층)








"함께 그리고 씁니다. 개인의 일상을 연결합니다."

지음지기(@drawnnwritten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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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는 사람 최정연 │쓰는 사람 전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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