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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이데 전주현 Oct 23. 2020

55. 알자스 지방의 제 2 캠퍼스를 향해

'마스'와 '맵', 유럽학 석사생의 스트라스부르 수학여행 기록기 (1)

17.03.15 수요일


뤼벤대학교 유럽학 과정(MAES과정과 MEPP과정)에서 스트라스부르(Strasbourg)로 2박 3일간 수학여행을 떠난다. 의무제가 아닌 신청제이기 때문에 원하는 사람끼리 똘똘 뭉쳐 돈 내고 떠나는 여행이다.


내가 속한 과정은 MAES(Matser of European Studies)로 '마스'하고선 학생들 사이에서 불리는 1년 석사 과정이다. 유럽학에 관한 여러 과목들(역사, 정책, 경제, 아시아-유럽 관계, 문화 등)이 한 데 모여 있어, 학생들은 MAES 과정 중 자신의 연구 흥미도와 가장 관련이 높은 Module을 골라 수업들을 듣는다. 해당 Module에 속한 과목들 중에서는 필수 과목들도 몇 있지만, 다른 Module에서 관심 있는 과목들이 있다면 골라 들을 수 있다. 학점 수를 채우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철저히 자기 입맛 위주의 유럽학 시간표를 만들 수 있음이 MAES의 가장 큰 장점이다.


반면, 나와 함께 뤼벤대학교로 복수학위 과정을 밟으러 온 한국 학생들은 MEPP(Master of European Public Policy) 과정(일명 '맵'!)을 신청하였는데, 이 또한 1년 석사 과정으로 유럽 행정 및 정책에 관한 수업들로 거의 시간표가 짜여 있다시피 한 과정이다(내겐 그 옵션이 매우 매우 매우 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이번 수학여행은 이러한 마스와 맵의 공동 주최 수학여행인 셈이다. 전공생들의 전공 여행이랄까.



스트라스부르 유럽의회의 모습. 이번 수학여행의 메인 테마!




아침 일곱 시. 중앙역에서 출발하는 2층 버스에 오르면서 수학여행은 시작되었다. 화장실도 구비한 버스였지만 문을 열고 닫을 때마다 냄새가 나니 가급적이면 쓰지 말라고 버스 기사 아저씨(자세히 보니 아저씨가 아니라 오빠였다)께서 말씀을 주셨다. 수학여행 버스는 자그마한 모니터로 영화를 틀어주곤 했는데, 나중에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와 <라이온 킹> 중 무엇을 보고 싶냐는 질문 하나로 갑론을박 긴 토론이 이어지기도 했다.(남학생들 사이에서는 그레이 씨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으나 결국에는 <라이온 킹>이 이겼다!).


30여 명 정도가 수학여행에 참여했다. 친구 N과 A, E도 함께 였다. 목적지인 스트라스부르는 유럽의회의 제2캠퍼스와도 같은 곳이다. 소설 <마지막 수업>의 배경이 되었던 곳으로 독일과 프랑스가 국경 도시로 삼으며 싸움을 일삼았던 곳이기도 하고,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첫 도시 장면의 모티브가 되었던 동화 마을 같은 곳이기도 하다.


몇 시간을 달렸을까. 어느새 버스 창 밖 풍경이 프랑스 특유의 아기자기한 감성과 외교 업무 지구 특유의 깔끔함이 한 데 뒤섞인 풍경으로 바뀌어  있었다. 유럽의회 제2캠퍼스(이른바 스트라스부르 의회)를 방문하기 전 알자스 지방의 코스 요리로 점심을 먹으러 한 식당에 들어섰다. 그렇게 크지 않은 식당이라 30명 정도의 학생들이 들어서자마자 만석이 되었다.


빨간 체크무늬 식탁보로 꾸며 놓은 식당 내부는 꽤나 귀여웠다. 앙트레 - 메인 - 디저트. 그렇게 알자스 지방의 전통 접시에 음식이 담겨 나왔다. 놀랍게도 메인 요리(매우 질겼던 스테이크)보다 애피타이저로 나온 샐러드가 더 맛있었다(기숙사에 돌아가면 비슷하게 차려 먹어봐야지).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디저트를 즐기지 못한 채 식당을 나섰다는 거다(돈도 다 지불했는데... 이런...). 예약해 둔 유럽의회 투어가 곧 시작되려 했다.



비트와 살라미를 곁들인 샐러드, 통감자와 함께 구워낸 스테이크 위에는 통후추가 솔솔. 치즈와 루꼴라로 입가심을 한 뒤 디저트를 기다렸는데...기다렸는데!!! 먹질 못했습니다. ㅠㅠ





To. Readers

우리에게(uns, [운스]): 스트라스부르로 향하던 버스 안에서는 <라이온 킹> 상영이 한창이었다. 아빠 사자 무파사가 심바를 구하다 죽는 장면에서 N은 '나 저 장면 못 봐, 너무 슬퍼'하면서 눈을 가렸고, 하쿠나 마타타 노래가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순식간에 버스 전체가 노래방으로 바뀌기도 했다. 귀엽고도 귀여운 버스 안 풍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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