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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이데 전주현 Oct 24. 2020

56.회의장은 텅 비었지만 우리는 유럽 시민을 대표하죠

'마스'와 '맵', 유럽학 석사생의 스트라스부르 수학여행 기록기 (2)

17.03.15 수요일  (계속)


브뤼셀에서 당일치기로 진행되었던 유럽의회(European Parliament; EP) '본 캠퍼스(브뤼셀)' 투어가 꽤나 인상적이었기에 수학여행에서의 유럽의회 '제2캠퍼스(스트라스부르)' 투어가 더더욱 기대되었다. 출입 절차를 마친 후 들어간 제2캠퍼스의 모습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멋있었다. 친환경적인 디자인이 유독 돋보였고, 정신없어 보이지만 질서 정연하게 설계된 계단들이 꽤나 위압적인 분위기를 풍기기도 했다. 


가장 먼저는 독일 출신의 Secretary General(SG)과 영국 출신의 MEP(Member of European Parliament; 유럽 의회 의원)을 만나 한 시간 반 가량 특강을 들었는데, SG 아저씨께서 현 유럽의 불안정성(insecurity)을 언급하며 EP의 역할을 언급해 주시는 게 가장 인상 깊었다. EP, 유럽의회는 다른 유럽연합 기구들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유럽 시민과의 교감이 잦은 기관으로 스스로를 선전하곤 한다. 이른바 가장 민주적인, 시민친화적인 유럽연합 기구라는 자부심이 EP에겐 있다. 하지만 여전히 '유럽 시민들과의 거리감 좁히기'는 EP에게 큰 도전과제다. 특히나 테러와 자국 이기주의가 주목을 받는 이때에는 더더욱.


본 캠퍼스보다 웅장했던 제2캠퍼스의 외관과 내부 모습. 유럽 정치의 다이내믹함이 느껴진다!


특강이 마치자 우리들은 한 층 더 위로 올라가 EP Plenary Session을 관람(?)하러 들어갔다. 일종의 방청과도 같았던 Plenary Session 관람은 EP의 회의들을 시민들에게 거리낌 없이 공개하고자 하는 장치 중 하나로 우리처럼 현장을 방문한 사람들을 대상으로는 오프라인 관람을,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온라인 관람이라는 기회를 주는 것으로 운영되고 있다. 놀랍게도 당일 어떤 주제의 회의가 이뤄지고 있으며, 어떤 MEP가 어느 좌석에 앉아 있는지를 표시해 둔 좌석배치도와 회의 프로그램 안을 마음껏 가져가 볼 수 있는데, 집요하게 굴자면 유명 MEP가 회의에 얼마나 참석하는지를 따져보는 감시의 기능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안타깝게도 뉴스에서 많이 언급되든 유명 MEP들을 만날 수는 없었다. 사실 유명 MEP는 고사하고, 이름 모를 MEP들마저도 대다수 자리를 비운 걸 볼 수 있었는데, (어쩜...) 출석한 MEP보다 통역가와 안내 요원의 수가 더 많은 듯한 느낌도 들었다. 텅 빈 의회 회의장의 풍경이 낯설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다가 막상 그런 생각을 아무런 막힘 없이 하게 된 상황이 꽤나 가슴 아팠다. '이런 업무 태도를 보이면서 유럽 시민을 대표하겠다고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괜히 팔짱을 끼게 되었다(팔짱은 내가 취할 수 있는 가장 외교적인 방어 자세다).


Plenary Session, 뭔가 허전한 풍경 vs 언론 플레이로는 다이나믹함 그 자체였던 로비


텅 빈 회의장을 보고서 정치인에 대한 회의감에 사로잡힌 것도 잠시, 32개의 채널을 자랑하던 통역기 기계를 이것저것 돌려보았다(어쩌면 유럽 정치의 현장을 언어 정책의 입장에서 연구해 봐도 참 재미있을 것 같다). 회의장을 나서면서는 생방송 인터뷰나 뉴스브리핑이 한창인 로비를 내려다보게 되었는데, 활기찬 에너지가 가득해 보여 꽤나 흥미로웠다. Plenary Session의 '어딘가 모르게 허전한 풍경'과 언론에 전면으로 내비쳐지는 EP의 다이내믹한 모습이 달라도 참 많이 달랐기에. 씁쓸함이 쉽게 가시지 않았다.





To. Readers

우리에게(uns, [운스]): EP 방문을 마지막으로 수학여행 첫째 날 일정을 마무리하였다. 버스는 우리를 스트라스부르 근교, 독일 마을인 오르텐부르크(Ortenburg)로 데려다 주었는데, 숙소로 가는 길 내내, 구스타보 교수님께서 '늘 묵을 숙소가 이전에 고성이기도 했다'면서 기대감을 숨기지 않으시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서 굉장히 설레 보이셨다. 유스호스텔로 운영되고 있는 고성이라니, 도대체 어떤 숙소인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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