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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이데 전주현 Oct 31. 2020

63. 체크인! 무리엘 할머니의 에어비엔비

ESSEC 비즈니스 스쿨 봄 계절학기 노트(1)

17.04.02 일요일


한국에서는 끊임없이 생일 축하 문자들이 도착했지만 유럽에서는 아주 조용하게 하루를 시작한다. 하지만 따지고 보니 또 평범한 날은 아니었다. 생일을 파리에서 맞을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뤼벤대 복수학위생으로서 복수학위 프로그램의 MOU를 맺고 있는 ESSEC 비즈니스 스쿨에서 2학점을 얻어야만 한다. 지난겨울 계절학기 때  ESSEC 라데팡스 캠퍼스를 찾아 1학점을 얻었으니, 이제 이번 봄 계절학기에 나머지 1학점을 채우러 가는 것이다. 


이번에는 ESSEC의 본 캠퍼스인 Cergy(세르지)에서 '문화예술경영' 수업을 듣게 된다. 문화의 나라 프랑스에서 듣게 될 문화예술경영 수업이라 무엇보다도 기대가 된다. 오페라, 미술관, 박물관, 발레 등 지극히 프랑스 혹은 유럽 친화적인 주제들 위주로 수업을 들을 예정이다. 수업은 5일간 지속되며 나는 그를 위해 오고 가는 날 하루씩을 더 생각해 약 1주일간 파리 근교 세르지에 머물 예정이었다. 



소매치기로 악명이 높은 파리 북역도 두 번이나 찾게 되니 더 이상 겁날 게 없다. 기차역만이 선사해 줄 수 있는 낭만감(?)을 잔뜩 느끼며 Metro RER을 타러 이동했다.



다행히 2주 전에 Airbnb를 통해 프랑스 할머니가 운영하시는 ESSEC 캠퍼스 주변의 방을 하나 구할 수 있었다. Muriel(무리엘) 주인 할머니께서 친절하게도 Cergy역까지 배웅을 나와주셔서 숙소를 찾아가기가 어렵지 않았다. 베르나데뜨 선생님으로부터 배워둔 아가 불어를 무리엘 할머니에게 최대한 많이 써보면서 할머니와 친해지려고 애를 썼다. (혹시 1주일 간 할머니와 정이 들면 감사 선물을 드리고 싶지 않을까, 란 생각이 들어 자그마한 유자청 하나를 들고 왔다.)


무리엘 할머니는 2층짜리 집에 혼자 사시면서 종종 ESSEC에서 수업을 들으러 오는 학생들에게 방 하나를 대여해 주신다고 하셨다. 할머니의 안내를 따라 숙소에 도착하자 아기자기한 내부 인테리어와 자그마한 정원 풍경에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사실 이 숙소 분위기 때문에 이 곳을 예약한 것도 있다). 체크인을 마치고 내가 예약해둔 2층 방 창문을 열어두고 방 안으로 들어오는 햇빛을 맞으며 침대에 누워 있으니 황홀하기 그지없었다. 게다가 방 곳곳을 밝혀주는 화사한 꽃과 그림들이 걸려 있어 마음까지도 괜히 여유로워졌다. 수업을 들으러 온 프랑스이긴 하지만, 1주일 간 혼자 지낼 숙소가 완벽하다는 생각에 들뜨기 시작했다.


지난겨울 계절학기 때보다는 좀 더 재미있는 수업, 좀 더 화기애애한 수업 분위기를 맞이할 수 있길 기대하면서. 생일에 파리로 이동하기 바빴던 오늘은 다소 일찍 마무리하려 한다. 내일 조식으로 Muriel 할머니께서 무엇을 차려주실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무리엘 할머니의 집 1층 풍경: 아기자기한 나무 가구들이 오후 햇빛을 받으니 반짝인다. 웰컴 티를 타주신 할머니와 잠깐 동안 수다를 떨었다.
일주일 간 머무를 나의 방 풍경: 한낮에는 햇살로 한밤에는 은은한 조명으로 제법 운치가 있다. 이 방에서 과제도 해야 할 텐데 과연 할 수 있을지 의문이긴 하다. 쉬기엔 딱인데!







To. Readers

우리에게(uns, [운스]): 세르지 캠퍼스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한국 학생들로부터 일찍이 세르지 캠퍼스는 사실상 캠퍼스로 부르기 민망하다고 전해 들은 경험이 있다. 과연 어떤 모습을 하고 있길래 그렇게 말한 걸까. 뤼벤대 캠퍼스와 비교해 본다면 무엇이 비슷하고 무엇이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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