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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이데 전주현 Oct 30. 2020

62. 손님이 되어 주세요

Who could ever love a Beast?

17.03.24 금요일


꼭 보고 싶었던 영화가 드디어 벨기에에도 개봉을 했다. 디즈니가 과거의 영광을 되찾고 싶었던  실사 리메이크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도 꽤 되었는데, 이번에는 황금기 시절의 대표작 <미녀와 야수>를 실사화 해 선보 것이다.


내게 <미녀와 야수>는 아래 질문만으로도 충분한 작품이다.


Who could ever love a Beast?



위 질문에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는 등장인물은 아마도 Belle 뿐일 거다. 이름부터 아름답다는 뜻을 지닌 주인공 Belle(벨은 불어로 '아름다운'이라는 형용사다)은 우리나라에서 '미녀'와 '벨'로 각각 번역된다. Belle은 아름다운 외면만큼이나 멋진 내면을 가진 여성이다. 디즈니의 뉴 웨이브 프린세스가 등장하기 전, 개인적으로 <알라딘>의 쟈스민 공주만큼이나 당찬 여주인공으로 꼽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Belle은 멋진 여성이다. 남성 편력의 상징이자 편협한 성역할을 대표하는 Gaston(참고로 Gaston은 내가 가장 싫어하는 디즈니 빌런이다)에게 결코 휘둘리지 않으며, 자신이 지켜내고자 하는 것이라면 그게 아버지건 잃어버린 성과 왕자에 관한 이야기 온전히 지키려 한다. 책을 가까이하고(물론 이와 관련된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버전의) 연출 중 다소 아쉬운 건 '왕자가 언젠가 자길 찾아오겠지'하는 내용의 동화책만 Belle이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는다는 것이지만) 손님이 되어 달라는 촛대 아저씨 루미에르의 노래를 "맛있게" 들어준다(영화 메이트 E와 뤼벤 유일의 극장 Kinepolis을 나오면서 노래를 흥얼거렸다. Be our guest, be our guest, be our guest!). 


디즈니 OST의 거장 알렌 멘켄(Alan Menken)은 영화 <미녀와 야수>에서도 동화 같은 음악들을 선보였다. 아빠와 딸의 노래와도 같았던 <How does a moment last forever>와 야수의 솔로곡 <Evenmore>도 너무나 인상 깊었지만 개인적으로 (그리고 마니아틱 하게도) 가장 반가웠던 건, 뮤지컬 버전의 <미녀와 야수>에 Belle의 솔로곡으로 등장했던 'Home'이란 넘버가 영화 OST에서도 등장했다는 점이다. 비록 가사 없이 연주곡 형태로 OST에 포함되긴 했지만, 'Home'이란 넘버가 뮤지컬에서 너무 멋졌기에 영화에 등장한 것만으로도 좋았다. 해당 넘버는 Belle이 아빠를 대신해 야수의 성에 남아 살겠다고 한 후 독방에서 홀로 부르는 노래다. '이제부터 이 곳(야수의 성)을 억지로라도 내 집 삼아야겠다'하는 Belle의 목소리에는 '집'과 '가족'에 관한 Belle의 탄탄한 가치관이 투영되어 있는데, 놀랍게도 이야기는 억지로 하는 그 고백을 진실로 바꿔놓는 방향으로 흘러간다(그게 디즈니의 마법이지, 무엇이겠는가! 뾰로롱!)



오늘의 영화 <미녀와 야수>를 보고 나서 화장실 거울에 붙여 둔 말린 장미 옆에 영화 티켓을 함께 붙여 둔다. 다행히 나의 장미는 꽃잎이 떨어지지 않는다.






To. Readers

우리에게(uns, [운스]):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나는 엠마 톰슨만 보면 그렇게나 가슴이 찡하다. 영화 버전의 <미녀와 야수>에 엠마 왓슨이 나오는 줄은 알았지만 엠마 톰슨이 나올 줄은 생각도 못했고, 역시나 이번에도 나는 괜히 눈물을 훔쳤다. 무언가 나를 휙 홀리고 지나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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