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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이데 전주현 Oct 29. 2020

61. "외국어 앞에서 만인은 평등하다"

[쎄-라비(C'est la vie)!]

17.03.21 화요일


Nouroz. 오늘은 이란의 설날이다. 아슈칸이 알려주었다. 아슈칸은 CLT 베르나데뜨 선생님의 불어 수업에서 만난 수업 메이트로, 질문과 답변을 어찌나 정중하게 하는지, 수업 메이트들 사이에서 '신사'로 불리는 친구다. 고국의 설날을 맞이한 오늘, 아슈칸은 쉬는 시간을 틈타 우리들에게 이란 전통 과자를 한 두 개씩 나누어 주었다. 익숙한 맛이었다. 고소한 강정이 생각났다. 단 맛이 조금 강한 강정.


신사 아슈칸이 나누어 준 이란식 강정 두 조각. 너무 많이 먹으면 달아서 못 먹는다.


베르나데뜨 선생님의 불어 수업은 2학기에도 여전히 유쾌하다. (선생님을 닮아가는지) 함께 수업을 듣는 사람들도  유쾌하다. (2학기째) 나와 가장 자주 말하기 연습을 하는 수업 메이트는 베트남에서 온 Luca다. 이제 막 뤼벤대 1학년 1학기를 마친 Luca는 사실상 내겐 제자 뻘 친구(교생실습 시절 만난 제자들과 같은 나이 때였다)이지만, Luca와 나 사이에 나이 차이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무엇보다도 이곳은 다른 곳도 아닌 어학 센터 CLT가 아닌가. '외국어 앞에서 만인이 평등한' 이 곳에서는 오로지 외국어 능력 차이만이 존재할 뿐이다. 그러니까 '아가 불어' 수준의 Luca와 나는 서로에게 부끄러울 것 없이 마구 말하기 연습을 할 수 있는 최적의 언어 학습 파트너다.


노트필기가 왜 이렇게 귀엽냐면서 Luca가 칭찬해 주었다. 유독 이 노트에만 그림이 한가득이다.


오늘 수업에서 강정 나눔을 한 신사 아슈칸은 내 뒤편에 앉았고, Luca는 (늘 그랬듯) 내 왼편에 앉았다. Luca는 다가오는 부활절 방학 중에 베트남에서 시간을 보내다 올 거라며 잔뜩 신이 나 있었다. 심리학을 공부하는 페루 친구는 오늘도 사람 좋은 얼굴을 하고선 지난주 브라질에 다녀왔다며 브라질 햇살이 그렇게 따스했다고 자랑을 한다. 투덜대기를 좋아하는 네덜란드 친구는 오늘 수업을 네 개나 들었나며 더 이상 불어 수업에 집중할 힘이 남아 있지 않다고 (역시나 또) 투덜대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축제 이야기와 함께 각국의 음식에 관한 토크를 이어가다가 한국 음식에 관해 이야기를 하자 평소에 산낙지에 관해 궁금한 게 많았다며 갑자기 질문을 막 해댄다. 베르나데뜨 선생님께선 Je t'aime와 Je t'aime bien의 미묘한 차이점을 설명해 주시면서 불어는 '아 다르고 어 다르다'하시면서 흔히들 '사랑의 언어'로 불어를 언급하는 만큼 불어로 '아 다르고 어 다르게' 밀당도 잘하면 좋지 않겠느냐며 괜한 연애 코칭을 해주시기도 했다(그러나 결론은 연애가 아닌 공부를 열심히 하라는 말씀이었다). 


신사 아슈칸이 나누어 준 강정 덕분이었을까, 밤 10시 즈음 끝나는 불어 수업인데 오늘은 그 누구 하나 지친 기색을 보이질 않는다. 오히려 축제라도 벌이는 듯,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그걸 반영하기라도 하듯, 오늘따라) 모든 토론 말하기 문제의 결론을 '어쩌겠어, 그게 인생인 걸(C'est la vie)!' 하면서 끝내고선 허허 웃어 보이는 게 아닌가. 불어 수업 강의실에 웃음꽃이 만개할 정도로 이제 완연한 봄인가 보다. 사람들의 마음이 몰랑몰랑 해지고 있다. 





To. Readers

우리에게(uns, [운스]): 베르나데뜨 선생님의 '불어로 밀당하기' 연애 코칭에 관해 조금 더 적어본다면, Je t'aime(I love you)이라는 문장에는 bien(매우)라는 부사를 굳이 붙이질 않는다는 점에 주목하면 된다. (그럼 뭣하러 bien을 붙여 말할까? 아마도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서가 아닐까? 사랑은 연인이 아닌 친구 사이에서도 가능하니까. 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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