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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이데 전주현 Nov 01. 2020

64.개강 사유: 큰돈을 만질 때, 문화예술에 투자하길

ESSEC 비즈니스 스쿨 봄 계절학기 노트(2)

17.04.03 월요일

일반 토스트기 위에 크로와상 용 전용 베이킹 바가 붙어 있다니! 이 사람들은 정말로 크로와상을 사랑하나 보다.

봄 계절학기 수업 첫 째날. 무리엘 할머니께서 크로와상을 바삭하게 구워서 커피와 우유, 샐러드와 함께 차려 주셨다. 덕분에 든든히 배를 채우고 이쁜 숙소를 뒤로하고 ESSEC 세르지 본 캠퍼스로 힘차게 걸어갈 수 있었다.


익히 들었던 대로, 건물 하나 달랑 있는 게 세르지 캠퍼스의 전부였다. 하지만 외관보다는 내용, 콘텐츠를 보기로 다짐하면서 강의실을 찾아 자리에 앉았다. 몇 분 지나지 않아 대머리의 한 남자 교수님이 들어오셨고 강의실에는 30여 명 정도의 학생들이 앉아 있었다. 이 수업의 이름은 문화예술경영. 다양한 문화 산업 분야를 살피며 경영 및 마케팅 전략을 배울 예정이다. 교수님께선 '경영 학교에 웬 미술사 수업이고 웬 문화 수업인지를 궁금해할 거라 생각한다'라고 하시면서 수업을 개설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간단히 말하자면 이러했다.


문화예술경영 첫 수업의 화이트보드. 문화는 어떻게 우리 삶 속으로 들어오게 되었던가? 어떤 형태로 남아 있던가?
"이 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은 대다수 비즈니스 현장을 지휘하는 자리를 향해 가게 될 텐데, 그 자리에 앉았을 때 큰돈을 만지면서 돈에 대한 책임감이 생길 거라고. 그 책임감이 기왕이면 다른 산업도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효과를 거두고, 보다 더 지적인(intellectual) 문화 예술 산업이면 좋겠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씀하시긴 했지만 수업 내내 교수님이 눈빛을 반짝이시는 게 아무래도 농담보다는 진담이 좀 더 %가 높지 않았을까 짐작해본다. 수업 개설 계기와 함께 오늘 살펴본 내용은 메디치 가로부터 배우는 예술, 특히 미술 경영 전략과 프랑스 오페라 극장의 경영 사례였다. 문화 예술을 즐기는 데 주력해 온 나로서는 경영자의 입장에서 해당 콘텐츠 및 산업을 바라보는 이 수업이 꽤나 신선했다. 게다가 수업 중간중간 이해를 돕는 시청각 자료들을 함께 접할 수 있으니, 그야말로 문화 체험을 하는 기분이다.


오전 늦게 시작하는 수업인지라 중간에 잠깐의 점심시간이 주어졌는데, 그제야 세르지 본 캠퍼스를 조금 구경할 수 있겠구나 싶어 발 빠르게 움직여 보았다. 커피를 즐기는 프랑스 학생들의 생활상을 반영하기라도 하듯, 저렴한 커피머신에도 커피 종류가 수두룩 하다(게다가 가격은 또 왜 이렇게 저렴한지!). 카페테리아에서 파는 음식들은 뤼벤대의 학식당에 비해 너무나 간소했다(비교적 비싸기도 하고). 음식은 가볍게, 하지만 커피는 좀 더 비싼 걸로 마시자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학식당 줄을 선다.


불어로 진한 커피는 fort(강하게)라는 형용사를 쓴다. 반대로 연한 커피는 un café léger/allongé라고 해서 '가볍게' 혹은 '길게 늘인'이라는 형용사를 사용!





To. Readers

우리에게(uns, [운스]): 흥미롭고도 만족스러운 수업 후 근처 슈퍼마켓에서 장을 봐서 할머니가 돌아오시기의 빈 집에서 요리를 했다. 빈 집에서 혼자 요리를 하고 있으니 이 곳이 내 집인가, 싶기도 해서 얼떨떨한 마음에 집 구경을 다시 한번 해본다. 오늘 다시 봐도 참 이쁜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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