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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이데 전주현 Nov 07. 2020

70. 안녕하세요 동진 DJ...

"전주현님이 보내주신 사연입니다"

17.04.28 금요일


새로운 리츄얼(ritual)이랄까. 심야 라디오 <푸른밤 이동진입니다>를 다시 듣기 하는 게 일상이 되었다. 본방을 챙겨 들을 수 있을 땐 한낮에 자정 라디오를 듣기도(당시 푸른 밤은 0시부터 2시까지 진행되는 프로였다) 하지만, 학기 일정 때문에 본방 챙겨 듣기의 빈도가 정기적이 못하다.


본방을 놓쳤을 땐 다시 듣기를 통해 방송을 따라가곤 하는데, 주옥같은 선곡들이 다시 듣기 중에는 저작권의 이유로 편집되어 재생된다. 다소 아쉬운 부분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진 DJ 목소리가 기숙사 방에 꽉 들어 차는 그 느낌이 참 포근하고, 코너들과 게스트, 그리고 선곡들도 생각할 것들을 많이 던져주 마음에 쏙 든다. 때문에 나는 설거지 중에 방송유 듣다가도 기억해 두고 싶은 멘트나 선곡 등이 있으면 고무장갑을 벗고 매번 필기해두거나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해두기 바쁘다.


그 날의 방송이 수다스러울 때는 수다스러운 그 이유만으로 좋고, 잠잠히 위로의 말을 건네줄 때면 그걸로 충분하다. 어느새 유학지에서 <푸른 밤>과 동진 DJ는 나의 비밀 친구 같은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그 건도 꽤나 든든한 친구로.


금요일인 오늘, 목요일 라디오 방송 분을 다시 듣기 하였다. 한국에서 보내준 블루투스 스피커에 팟캐스트 어플을 연결시키고선 책상 앞에서 동진 DJ와의 독대를 시작했다. 어느덧 목요일 코너가 끝나고 청취자들의 문자를 읽어주는 코너. 라디오 방송의 끝자락이지만 가장 중요하기도 한 '소통의 시간'이 돌아왔다. 그런데 으잉?! 동진 DJ가 내 이름을 불러주는 게 아닌가!!!



며칠 전, 본방을 챙겨 듣던 때가 있었다. MBC 미니라는 라디오 생방송 어플을 다운로드하면 본방과 함께 본방 도중 사연 혹은 수다를 대화창을 통해 할 수 있는데, 그곳에 '이렇게 사연을 쓰면 꼭 읽어주겠지?' 하는 계산 없이 '나 여기 있어 친구야'하고서 고마운 마음을 담아 몇 줄 적은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게 소개가 된 거다!!! 라디오를 들어온 지는 꽤 오래되었으나 사연을 읽힌 건 처음이었다. 그리고 그 사연을 읽어준 사람이 다른 사람도 아니고 동진 DJ라니, 너무나 기뻤다. 기숙사 방에서 소리를 몇 번이나 질렀는지 모른다.


여행을 좋아하시는 동진 DJ는 내 사연을 읽더니 베네룩스(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3국을 한꺼번에 자주 여행하고들 한다) 여행 경험을 떠올리며 몇 마디 덧붙여 주시고 '멋진 곳에서 공부하시네요, 전공은 무엇이려나' 하고 후속 질문들을 던져 주셨다. 다시 듣기 방송이었고, 내 목소리가 한국의 한 스튜디오 가 닿을 리 없었지만 나는 기숙사 방에서 대답을 하기 시작했다.


엄청난 선물을 받았다.





To. Readers

우리에게(uns, [운스]): 그리고 귀국 후. 합정동의 <빨간 책방 cafe>를 찾은 나는 동진님을 만났고, 라디오 사연에서 못다 한 이야기를 적은 편지와 뤼벤에서 찍은 풍경 사진 몇 장을 인화하여 전달드렸다. 때마침 푸른 밤 라디오를 그만두신 때라 '잘 들었습니다'하고 인사도 드릴 겸,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나의 연예인'이라 불릴만한 사람이 있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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