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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이데 전주현 Nov 08. 2020

71. 벨기에 속 한국

제19대 대선부터 순두부찌개까지

17.04.29 토요일


우리나라의 지도자를 고르는데 기사 보도만으로는 판단이 서질 않았다. 때문에 그간 후보자들이 어떻게 말을 하는지, 상대 후보의 말을 어떻게 듣고 어떻게 받아치는지 등을 대선 TV 토론으로 찾아보았다. 그리고 오늘, 키다리 아저씨 Y를 만나 주 벨기에 한국 대사관을 찾았다. 제19대 대선 재외국민 투표에 임하기 위한 나들이었는데 어쩜, 하루 종일 벨기에 속 한국을 경험하는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전, Y 아저씨의 차를 타고서 '신라'라는 이름의 한인마트에 들러 쌀 10kg를 샀다.  귀국 전까지 쌀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 싶어 괜히 배가 든든했다.


주 벨기에 한국 대사관을 찾아서는 이제 막 새로 부임한 대사관과 인사를 나누고 신분 확인 절차를 밟은 뒤 생애 두 번째 대통령 선거에 참가했다. 지난 대통령 선거는 독일에서 치렀는데 이번에는 벨기에에서 투표를 하고 있다(예상보다 빨리).


다음 행선지는 갤러리들이 즐비한 사블롱(Sablon) 가. 이곳에는 한국 문화원이 위치해 있는데, Y 아저씨께서 짤막한 학술회의에 참석하셔야 했다. 아저씨의 발표를 듣다가 한국문화원 내부의 도서관 구경을 하기도 했는데, 으리으리하고 깔끔한 인테리어에 문득 나의 유일한 문화원 체험이었던 주한 독일문화원에서의 수업이 생각나기도 했다. 도서관에는 한국에 관한 양질의 책들이 많았는데, 그중에는 한국어로 된 책들도 있었지만 불어로 번역된 한국 책들도 많았다. <먼 나라 이웃나라> 시리즈와 윤동주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불어로 읽어볼 수 있음이 참 흥미로웠다. 


한국문화원을 처음 마주한 건 2013년 겨울, 베를린 여행을 할 때가 처음이었다. 베를린 국제 영화제가 한참 열리고 있던 그때, 화려한 마천루들 사이에서 위풍당당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주독일 한국문화원을 발견하고선 '이런 곳이 있네?'하고 기웃거리곤 했는데... 그간 '한국 속 세계'만큼이나 '세계 속 한국'이 익숙한 주제가 되자, 한국문화원의 역할도 커지지 않았을까, 기대를 해본다. 어쩌면 새로운 문화 외교, 공공 외교의 통로가 될지도 모르지 않은가. 









To. Readers 

우리에게(uns, [운스]): 하루의 마무리는 얼큰한 순두부찌개였다. 브뤼셀에서 뤼벤으로 이동하는 도로에 <한국관>이라는 이름의 한식당이 있었는데, 문화원에서 함께 회의를 했던 사람들 중 허기가 진 사람들 모두 함께 식사를 하게 되었다. 물론, 내 또래는 없는 저녁 식사 모임이라 나는 Y 아저씨만을 의지하며 식탁 앞을 지켰는데, 웬 아주머니들의 성가신 결혼 잔소리가 꽤나 거슬렸다. 혹시나 마음속에 가시가 돋을까 하여, 한국관 앞에 펼쳐진 벨기에 시골 풍경을 위안 삼아 심호흡을 골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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