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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이데 전주현 Nov 06. 2020

69. 돌아오고 나서야
더 소중한 유학 일상의 순간들

부활절, 그리고  연이은 일상의 기쁨

17.04.10 월요일 ~ 17.04.22 토요일


ESSEC에서의 봄 계절학기를 마치고 뤼벤으로의 복귀를 제대로 실감하며 지내고 있다. 여느 때처럼 스터디룸을 찾았고, 타이 하우스(cafe mont 근처에 있는 태국 음식점인데, 저렴한 가격에 맛있는 팟타이와 카레를 먹을 수 있어 뤼벤대 학생들 사이에서는 '타이 학식당'으로 불리는 곳이다)에서 '가장 맵다고 적혀 있는(그러나 사실상 전혀 맵지 않은)' 누들을 주문해 먹었다. 파리에 다녀오는 탓에 연체로 1.5유로를 지불하고서 대출 중이던 도서 두 권을 다시 연장 대출했다. 일상이기에 누릴 수 있는 기쁨이란 건 아주 확실하고도 소중하다.


책상 앞이거나, 중앙 도서관으로 향하고 있거나, 하는 그런 일상






Happy Easter.

거리 장식들과 슈퍼마켓의 삶은 계란과 초콜릿 등으로 부활절이 코앞으로 다가온 게 실감이 나기도 했다. 한 달 넘게 부활절을 의식하며 봄을 보낸 게 얼떨떨하기도 해서, 정작 4월 16일 부활절 주일을 맞이하게 되자 방학도, 2학기의 도입부도 확실히 끝난 기분이 든다. 이제 곧 여름이 오겠구나, 하는 이유 모를 긴장감이 돈 달까.


부활의 기쁜 소식만큼이나 반가운 일들도 많았다. 


웬 공룡알인가 싶지만 슈퍼마켓에서 공짜로 나눠주던 삶은 달걀 6개. 부활의 종으로 장식된 거리 풍경.
부활절 달걀로 꾸안꾸를 선보이는 카페 정문 앞 빈티지 스텐드.  해피 이스터를 외치며 봄 꽃을 판매하는 슈퍼마켓 계산대 앞.




편지.

보내는 사람 란에 MBC가 적혀 있는 봉투를 하나 받았다. 마인츠 추억여행을 함께 했던 써니와 홍의 편지가 들어 있었다. 그새 한국으로 돌아간 써니가 홍과 시간을 내어 따로 만나 내게 편지를 써주자고 했었나 보다. 마인츠 역에서 눈물을 보이며 써니를 맞이한 내가 영 안쓰러워 보였다고.


글감과 라디오.

<씀>이라는 글쓰기 어플을 통해 하루 두 번, 오전에 하나 오후에 하나 글감을 받아보면서 정신 운동을 하고, MBC 라디오 '푸른 밤 이동진입니다'를 들으며 적적함을 달랜다. 블루투스 스피커에 라디오 방송을 연결하여 방 안 가득 동진 DJ의 목소리를 채워 넣는다. 심야 라디오 방송을 환한 바깥 풍경 중에 들으니 유럽과 한국 간의 시차, 거리차가 괜히 더 실감이 난다. 한국어로 된 콘텐츠들을 접하고 있다 보니 교보문고를 비롯한 여러 서점들, 한글로 된 텍스트 그 자체가 그리워진다. 


카페.

혹 한국에서처럼 책을 읽으며 편히 지낼 수 있는 카페가 있을까 싶어 뤼벤 지도를 몇 번 뒤져본다. 그리고 결국, 한 곳을 찾아내어 2.8유로를 지불하고 카푸치노 한 잔을 마시며 여유를 챙기려고 애쓴다. 



써니와 홍이 보내준 손편지들과 양귀비꽃으로 장식한 북카페의 한 귀퉁이 벽.







To. Readers

우리에게(uns, [운스]): 게으름의 무게를 벗어던지고 도서관으로, 일기장과 라디오 앞으로 다가가려고 참 많이도 노력했다. 잠에 취하기 딱 좋은 4월의 날씨가 다른 일들도 아닌 일상으로 채워지는 걸 하루하루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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