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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이데 전주현 Nov 05. 2020

68. 피카소와 함께 <꿈>을

ESSEC 비즈니스 스쿨 봄 계절학기 노트(6)

17.04.07 금요일


Art for all. 

Everyone could be an artist, and every part of your life could be a scene and a stage.


위 두 가지를 생활 철학으로 삼는 내게는 예술의 영역에 계산기 두드리는 소리가 가득 차는 상황이 꽤나 못마땅하다. 오해하지는 말자. 예술에서 돈이 중요하지 않다는 주장을 하고 싶은 게 아니다. 예술과 돈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생계의 이유 때문이기도 하고, 노력에 상응하는 정당한 거래, 대우, 존경의 표시 등 때문이기도 하다. 그 이유가 무엇이었건 예술에서도 돈은 제 역할을 톡톡히 한다. 그러기에 나 또한 '가난한 예술가'의 이미지를 당연히 여기는 '(낡은) 낭만주의적 사고'는 지양하자는 입장이다. 하지만 돈이 예술 작품이나 행위 등에 담긴 메시지보다 더 압도적인 비중을 가지고, 또 그게 당연시되어 관습처럼 굳어 버린다면 그야말로 주객전도가 아닌가. 그런 의미에서 나는 예술의 영역에 스멀스멀 기어 들어오는 돈 문제를 조심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오늘 수업의 주제는 예술품/미술품 (경매) 시장, 이른바 Art Market이었는데, 이에 관해 두 마음이 드는 것은 바로 그런 맥락에서였다. Art Market만큼이나 돈 냄새가 진득하게 나는 곳도 드물지 않을까. 오죽하면 한 연구에서는 Art Market을 Debt, Divorce, Death 이렇게 3Ds로 숨 가쁘게 운영되는 곳을 이라고 소개하지 않는가. 실로 물욕과 명예욕, 과시욕이 드러나기 좋은 세팅이다.


그런데 수업 도중 피카소의 <꿈(le rêve)>과 Art Market에 관한 한 일화를 전해 들었고, '아, 그래도 저런 사례가 있으니 Art Market의 Art도 살고 Market도 사는 거겠지. 시너지 효과란 이런 거겠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 Art Market에 대한 회의감을 잠시나마 접어둘 수 있었다. 프랑스의 어느 한 중산층 시민이 <꿈>을 보자마자 그야말로 한눈에 반했다고 한다. 반함의 강도가 얼마나 컸나면, 단순히 그림에 빠져드는 것을 넘어서서 그림과 '관계를 맺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할 정도였다고 한다. <꿈>을 보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을 것만 같다고 생각한 그 사람은 2년 치의 집세와 맞먹는 금액으로 결국 <꿈>을 사 들였고, 그림을 투자와 자랑의 수단이 아닌 가족과 함께하는 일상 풍경 속으로 들여다 놓았다. 일종의 '입양'과도 같았던 <꿈>과의 동행이 시작된 이후, 그 사람은 그야말로 '꿈같은' 생활을 영위했다고 한다. 


<꿈>에 관한 일화를 끝으로 ESSEC에서의 유쾌했던 5일간의 봄 계절학기도 끝이 났다. Stoyan 교수님께선 다음 학기에는 미학 수업을 준비하고 있다며 짧은 강의 홍보와 함께 시험 대체 과제 설명을 하고선 종강을 서두르셨다. 







To. Readers

우리에게(uns, [운스]): 봄 계절학기의 종강을 자축하며 노트르담 성당 건너편 골목의 le Christine 식당에 예약을 해두고서 프랑스식 저녁을 즐겼다. entrée(앙트레; 애피타이저)- plat principal(메인) -dessert(디저트) 기본 코스에 petite entrée(쁘띠 앙트레)와 와인 한 잔까지 약 50유로 정도를 투자했다. 배가 부르고 기분 좋은 봄바람이 부는 밤, 파리 오른편에서 왼쪽으로 센 강변을 따라 에펠탑까지 쭉 걸어 보았다. '파리 생각보다 작아'라는 말을 듣기만 했지 실감한 적은 없었는데, 노트르담 성당에서 에펠탑으로 금방 걸어서 도착한 후에야 그 말이 조금 공감 가기 시작했다. Palais de Chaillot에서 에펠탑을 마주 보았다. 늦은 시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산책 중이었는데, 그중 한 거리의 악사가 La vie en rose(장밋빛 인생)을 연주하는 게 아닌가. 이때다 싶어 흑백 필름으로 사진을 찍으니 마치 오드리 헵번 영화의 마지막 장면 같다. Fin(끝)이란 자막과 함께 ESSEC 봄 계절학기에 페이드 아웃 효과를 줘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인가 보다.



종강을 자축하던 Le Christine에서의 저녁. 디저트로는 크림과 아이스크림을 곁들인 카라멜 사과를 골랐다.
저녁 식사 후 걸어보는 센느 강변. 가로수 불빛에 황금빛으로 물든 풍경들. 저 멀리 보이는 에펠탑은 생각만큼 멀리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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