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와 본능
고양이에게 놀이 시간이 중요하다는 건 이제 새로운 정보가 아니다. 그런데, 왜? 많은 고양이와의 활동 중 굳이 놀이 활동의 중요성에 별표 다섯 개가 쳐진 이유가 뭘까?
고양이는 강아지에 비해 보다 짧은 시간을 사람과 함께 해왔다. 사람도 사람의 생활양식이 있듯이, 고양이도 고양이가 가지는 본능의 영역이 있다. 사람과 이제는 한 지붕 아래 살면서도 고양이는 본능이 짙게 남아있다. 그 이유에 대해선 여러 설이 존재하지만 오늘 얘기할 것은 이것이 아니니 나중에 차차 알아보도록 하고, 오늘은 고양이의 본능에 대해 초점을 맞춰보자.
주된 활동
여기가 따뜻한 집의 침대 속이 아니라 야생의 한가운데라고 생각해보자. 그들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생존일 테고,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 바로 사냥이다. 사람 품으로 오기 전의 고양이는 하루의 대부분을 사냥하는 데 시간을 보냈다. 사냥은 곧 굶주리지 않고 배를 채울 수 있는 수단이었고, 다른 어떤 것에 비해서도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 당시의 고양이는 10마리 남짓하는 쥐를 사냥하는 데 성공하기 위해 하루에 10~30번 사이로 사냥을 시도했다.
본능
먹는 행위는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고, 대부분의 야생 동물들은 이 패턴에 잘 맞춰져 있다. 고양이의 행동 양식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먹는 본능과 연결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고양이가 하루 종일 창 밖을 바라보며 날아다니는 벌레나 작은 동물들에 집중하는 것도, 잘 놀고 난 후에 장난감을 입에 물고 어딘가로 휙 가버리는 것도, 구석에서 장난감을 물고 힘차게 고개를 흔드는 것도, 사냥 활동이 끝난 후에 만족스럽게 그루밍을 하는 것도 모두 관련이 있다. 뿐만 아니라 시각, 수염, 청각 모두 사냥을 효과적으로 성공하기 위해 발달되어 있다. 사냥 활동의 성공은 고양이의 삶의 만족도를 크게 올리는 것이다. 이런 본능을 가진 고양이들에게 집에서 산다는 이유로 충분한 사냥 시간을 주지 않는다면 그 고양이는 금방 무기력에 빠지게 된다.
놀이 방법
놀이 장난감은 정말 많은 종류가 있다. 모 프로그램의 유명한 수의사가 말했듯, 그냥 대충 흔들어준다고 까다로운 그들이 냉큼 달려오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장난감이 보다 실제 사냥감처럼 보이도록 만들어줘야 한다. 한 마리의 쥐가 되듯이. 집의 구석구석을 살금살금 돌아다니다가 빠르게 도망가기도 하고, 튀어 오르기도 하면서 고양이에게 보다 집중할 수 있는 생동감을 줘야 한다. 또한 고양이마다 선호하는 사냥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우리는 다양한 장난감들과 방법으로 고양이가 가장 좋아하는 사냥 방식을 발견해 내야 한다.
고양이가 쉽게 사냥감에 다가오지 않는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사냥을 하기 위해 신중하게 사냥감을 관찰하고, 상황을 노리기 위해 긴장하는 신체, 커지는 동공 모두 고양이의 에너지를 쏟아내고 있는 중이다. 고양이가 전혀 흥미 없어 보인다면 다양한 장난감으로 새, 쥐 등 다양한 동물들의 몸짓을 흉내 내보는 것이 좋고, 만약 바라만 보고 달려들지 않는다면 고양이는 이미 집중 중이라고 봐도 된다. 사냥에 집중한 고양이는 사냥의 성공을 위해 온 몸을 맞춘다. 후추의 경우도 어린 시절엔 당장 달려드는 것을 좋아하더니 이제는 소파 뒤나 몸을 숨길만한 구조물 뒤에서 가만히 응시하며 커진 동공으로 사냥감의 움직임을 한참을 살핀다. 이럴 땐 섣불리 관심 없어 보인다고 단념하면 안 되고 고양이의 시야에서 보였다가 사라지거나 고양이의 근처까지 이동했다가 빠르게 도망가는 등 양상을 다양하게 하면서 집중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려야 한다. 그러다 보면 고양이는 어느새 사냥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엉덩이를 흔들다가 확 튀어오는 장면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고양이가 만족스럽게 사냥 놀이를 끝마쳤다면 밥을 주거나 간식을 주는 등의 먹이 보상을 통해 고양이의 사냥이 먹이 활동과 이어지던 본능을 충족시켜줌으로써 더욱 그들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이 일련의 과정이 끝낸 고양이는 어슬렁어슬렁 자신의 보금자리로 들어가 느긋하게 그루밍을 시작할 것이다. 우리는 그런 아이들의 잘 잡힌 루틴을 보며 뿌듯함을 느끼고 장난감을 치우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