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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ce Choi Mar 06. 2017

Speak Out, 부탁의 심리학

by wodian Jasmine 

연휴를 어떻게 보내셨는지요? 이맘때 지하철을 타면 남색, 회색, 검은색으로 뒤덮혀 있던 무거운 코트 색깔이 계절의 변화에 따라 조금씩 바뀌지요. 아직은 춥지만 분명 봄이 오는 설렘이 있던 시기. 365일이 늘 여름이고 태양이 작열하는 이 곳 싱가폴에서는 ‘설레이는 봄’ 이란 그리운 추억일 뿐이랍니다.


오늘 저는 2017년의 새해 계획 중 하나였고, 지난 2달간 노력해 보았던 습관 하나를 이야기 하려고 합니다. 매해 연말에, ‘내년에 이루고 싶은 것들, 목표’를 다이어리에 꼭꼭 눌러쓰는 분들, 저말고도 분명 많으시죠? 저도 그 긴 리스트(?)를 가지고 있어요.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저에게는 참으로 어려운 ‘부탁하기’ 였습니다. 그리고 이 연습을 좋은 습관으로 가지고 가는 것이 저의 2017년에 꼭 이루고 싶은 내용이었어요.


가족 관계로 얻어지는 성격이 분명 존재 하듯이, 저도 전형적인 ‘언니’ 스타일이예요. 제 동생과 두살 차이가 나지만, 저는 평생 (지금도) 동생의 늘 ‘든든한 언니’이고 싶고, 이 성격이 제 사회 생활 할때도 고스란히 드러났어요. 언니처럼 이야기를 들어주고, 보듬어 주고, 다독여 주는 것은 제게 ‘털끝 만큼’도 무겁고 어렵지 않은 일이었어요. 직업이 교육자, 코치, 선생님, 강사이지만 원래 성격 자체가 으쌰으쌰 하고, 응원하고, 이끌어 주는 것이 타고난 DNA에 녹여져 있고요. 근데, 그 반대를 하는게 제게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게 바로, 누군가에게 ‘부탁’을 하는 것이었어요. 복병이 여러번 있었지요. ‘부탁’이 두려워서 입을 다물고 있다가 나중에 알고 보니, 침묵 했던 그 순간에 있었던 사람들이 문제의 키를 가지고 있었던 것, 똑같이 해결책을 구하려고 하는 사람들 중에 ‘부탁을 일찍’ 한 사람들에게 기회가 돌아간것 (내가 더 간절히 원하긴 했는데.. 흑), 설마 되겠냐는 생각에 ‘부탁하지 않고 체념한 순간’에 그때가 바로 해결의 기회 였다는 것.. 지난 몇년 동안 얼마나 많이 저는 무릎을 아니, 이마를 쳤을까요.

‘아뿔싸, 그때 그냥 용기내 부탁해볼걸..’

세일즈 심리학에서도 자주 거론되는 이야기인데, 이 부탁을 못 하는 버릇(?)은 거절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고 하지요. 다시 말하면 우리에게는 ‘인정 욕구’가 있고 그것을 통해서 남들에게 사랑과 존중 그리고 인정을 받으려는 심리가 늘 존재한다고 해요. 근데, ‘부탁’ 이라는 것은 이런 인정 욕구를 거스르는 일이 되기도 합니다. 만약에 부탁을 했는데, 상대방이 거절을 하거나, 곤란해 하는 것을 보면 겉으로 ‘아, 그래!? (쿨한척)’ 하지만 속으로는 거절과 체면에 대한 생각에 부끄럽고 속상한 마음이 드니까요. 저 역시, 부탁을 하지 않아 상대방이 거절을 하는 상황 자체를 최소화 하는 것이 어찌보면 제가 지금까지 가졌던 가장 ‘안전한’ 전략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회사를 다니거나 조직에 있을때는 ‘부탁’을 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부서의 내용을 전달 했는데, 누군가가 거절을 하거나 반려하면 그것은 개인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부서대 부서의 문제였고, 혹시나 적절한 논리나 이유없이 반대하거나 부탁을 거절한 사람들은.. 한데 묶어서(!) 상사 혹은 동료와 함께 커피시간의 수다로 풀어버리면 되는(?) 존재 였으니까요. 앙금이 남을 필요가 전혀 없었지요.

근데, 제가 제 일을 만들어 사업을 시작하면서, 이 부탁은 제게 점점 어려운 존재가 되었습니다. 내가 하는 일에 관련한 도움을 청할때 거절을 당하면, 그 모든 과정이 (불필요하게도) ‘개인적인 상처’가 되었고, 그 횟수가 반복이 될 수록 그 상처는 자꾸 깊어져서 ‘충분히 부탁을 해도 되는 상황’ 에서도 입을 다물어 버리는 사람이 되었어요. 논리적으로 볼땐, 그 부탁의 내용이 ‘일의 질과 양’에 관련된 내용이 분명함에도 ‘일=자아’로 부분별 하게 경계를 없애니 모든 코멘트에 예민하고 과잉반응 하는 나쁜 습관이 생긴것이지요. 그래서, 부탁과 관련된 몇가지 기준점을 스스로에게 다시 세워 주었습니다. 그 기준점은 아래와 같아요.

1. 부탁을 하고, 상대방에게 공간을 준다: 부탁을 하게된 배경과 이유를 충분히 상대방에게 설명합니다. 그리고 상대방이 충분히 이해를 하고 있단 생각이 들면, 그 자리에서 즉답을 원하지 않고 더 깊게 고민하실 수 있도록 시간과 공간을 드리는 것이지요. 보통 2-3일 정도 후에 물어 봅니다. 그리고 Yes, No를 들으면 어떤 대답을 듣던지, 제가 별로 흔들리지 않더군요. ‘충분히 고민하셔서 이야기 해주셨을꺼야’ 라는 전제가 깔려 있어서, Yes를 해주시면 평소보다 더 감사한 마음이 들고, No를 하실땐 그만한 이유가 있을거라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인 감정의 소모나 상처가 확 줄었어요.

2. 부탁을 하기 전, 내가 먼저 부탁을 들어줄게 없을까 고민해 본다: 누군가에게 신세 지는 것을 너무나 싫어하는 저는, 가족 그리고 남편에게 까지도 무언가를 크게 바라지 않으며 지내요. 그래서, 누군가에게 꼭 먼저 부탁을 하거나 신세를 지어야 한다면 편하게 제가 먼저 묻거나 공감해 봅니다. ‘혹시 이 사람을 위해서 내가 먼저 해 줄 수 있는 것이 없을까?’ 그러다가 있을 만한 이야기가 나오면, 먼저 호의를 제시 할때도 있어요. 그런 호의를 받은 사람이 나중에 제가 청한 부탁을 거절하면? 뭐, 이번이 아니라 다음에 들어 주시겠지. 그냥 그리고 넘겨요. 선의는 돌고 도니까, 꼭 그 사람에게 되돌려 받지 않아도 누군가가 줄 것이다 ‘크게’ 믿으면서요. (그리고 부탁을 시도한 ‘용기있는 저’를 칭찬해 줍니다. 쟈스민, 잘 했어!!)

3. ‘아님 말고!’로 무장한다:  안될때도 많아요. 부탁을 몇번 해도 안된다고 하는 상황도 있고, 내가 보기엔 충분히 가능한 상황인데도 ‘상대적’인 이유로 거절당할 때도 있지요. 그때 저의 주문은, ‘그래~ 안되면 말고!’ 입니다. 일단 용기를 냈고, 문을 두드렸고, 상대방이 내가 노크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데도 대답이 없으면, 계속 거절 당하면서 한 자리를 지키는 것 보다 Move on! 움직이고 다른 문을 노크하는 것이 상대방을 위해서도, 저를 위해서도 더 나은 전략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러다 언젠가 돌고 돌아 다시 같은 문에 서게 되는 날에는, 저의 부탁도 그리고 저도 분명 나은 방향으로 변화 되어 있을 확률이 높으니, 그때는 노크하는 저의 손이 어색하지 않을 날도 있겠지요. 그런 날이 안 올지도 모른다고요..? 뭐 그렇담, ‘아님 말고요!’ ㅎㅎㅎ

‘부탁’ 이라는 키워드로 생각을 해보니 인간을 사회적 동물이라고 칭하는 것의 핵심은 바로, 공생하고 협력하는 존재로 이야기 한게 아닐까 싶어요. 세상의 직업군이 그렇게 다양한 것은, 그 어떤 인간도 모든 것을 다 해내는 존재 일 수는 없다는 이야기 이지요. 옷을 만드는 사람, 빵을 굽는 사람, 집을 짓는 사람은 서로의 재능을 나누고, 교환하고, 부탁하고, 부탁을 들어주는 존재로 구성원의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요.

지난 1월과 2월, 그래서 저는 평소보다 더 힘을 내서 부탁을 자주하고, 정중하게 하고, 결과를 성숙하게 받아들이는 연습을 했습니다. 두달 간의 연습의 중간 보고를 하자면, 생각 보다 ‘훨씬 할만 하다’가 저의 대답이랍니다. 부탁을 통해 혼자가 아닌 같이의 방법을 더 배웠고, 부탁을 통해 거절이 늘 쓰고 상처가 된다는 고정 관념을 조금씩 바꿔가고 있고, 부탁을 통해 오늘의 No가 꼭 내일의 No가 되지 않는 다는 것도 알게 되었으니까요. 그리고 Yes를 기쁘게 받은 적도 많아요! Yay!!


그래서 오늘 제가 전하는 뉴스레터의 메세지는 바로, speak out! 이에요. 더 나아가 거절을 당해도 최소 도전하고 물어본 ‘용기’ 있는 자신을 충분히 칭찬해 주셔도 좋다는 이야기를 오늘 하고 싶었답니다. 어딘가 불편하지만, 그 불편함을 이겨보고 무거운 엉덩이를 움직인 우리에게, 잘 했다 엉덩이 툭툭 쳐주어요. 같이.


Be wodian 

Jasm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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