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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ce Choi Mar 06. 2017

터닝 포인트 (Turning Point)

by wodian Jinnie 

안녕하세요, 여러분. 워디랩스 지니입니다.
올해 1월 뜻이 맞는 분들과 모임을 하나 시작했는데요. 자스민 대표가 블로그에 소개하기도 했던 W_E(Women Entrepreneurs)라는 이름의, 창업자 또는 창업에 관심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오픈되어 있는 소셜 네트워킹 성격의 모임입니다. 각자가 가진 스토리를 통해 서로를 알아가고,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를 이끌어주자는 취지에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한 달에 한번 호스트가 테마를 정하면 세명 정도의 스피커가 자신의 스토리를 공유하고, 나머지 시간은 참석자들의 편안한 네트워킹으로 이루어집니다. 매 달 모임이 있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언제든지 환영이에요! 


어제 있었던 W_E 2월 모임의 주제는 ‘Turning Point’였는데요, 저도 이번에 스피커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주제를 받고 나서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지요. ‘터닝 포인트.. 나의 터닝 포인트는 언제였을까..’ 자주 쓰는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또 이렇게 특별한 기회에 다시 생각해보니 새롭게 보이더라고요. 사전적 의미로는 변화, 특히 되돌리기 어려운 변화를 만들어낸 사건이 발생한 시점을 터닝포인트라고 하는데요. 매일 다른 경험들을 하고 무언가에 영향을 받으며 크고 작은 변화를 만들며 살아가는데, 나를 거쳐갔던 수많은 경험들 중 어떤 것이 나의 터닝포인트였다고 말할 수 있을까.. 지금의 나를 있게 만든 내 인생에 특별한 의미를 주었던 경험과 변화들은, 언제 어떤 모습으로 나와 마주했었을까..? 터닝포인트라는 단어 하나로 지나간 제 시간들을 되짚어 보는, 좋은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WeWork 을지로에서 열렸던 2월 W_E 모임>

시기적으로 보자면 인생의 처음 10년을 서울에서 보내고 열 살 무렵 대전으로 이사를 가면서 제 인생 처음으로 ‘변화’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을 크게 경험했던 때였던 것 같고, 10년 후 대학에 진학하면서 부모님과 떨어져 서울에서 혼자 살기 시작하였고, 다시 10년 후에 싱가포르로 가면서 큰 터닝포인트를 한번 더 경험했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보니 10년을 주기로 지역적인 변화와 함께 제게 영향을 끼쳤던 중요한 사건들이 있었네요.

하나하나의 사건으로 생각하면, 영어를 하게 됨으로써 인생에서 더 많은 것들이 가능하게 되었으니 처음 영어를 접했던 그 순간이 터닝포인트였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좋아하는 전공을 공부하며 대외활동도 열심히 했던 대학생활이 나라는 사람을 만드는데 큰 역할을 했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또 한 사람이 내 인생에 들어와 중요한 의미가 되었던 첫사랑도 빼놓을 수 없고, 잘해서 칭찬받았을 때, 일이 잘 되지 않아 고민스러웠던 경험,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경험했던 크고 작은 일들.. 지나고 나서 보니 나의 작은 습관, 생각, 행동, 가치관들에 변화를 주지 않은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터닝포인트 주제의 5분 스피치>

그중에서도 정말 이것만 한 터닝포인트가 없었다 하는 것을 꼽자면 ‘첫 퇴사’라고 생각합니다. 첫 회사를 그만두고 바로 다음날 친구들과 상하이로 짧은 여행을 가기 위에 비행기에 올랐었지요. 고민 많았던 그 시간을 끝낸 후련함과 여행에 대한 설렘으로 그저 룰루랄라였는데, 출입국 신고서를 작성하면서 잠깐 멈칫했어요. 출입국 신고서의 ‘직업란’에 뭐라고 써야 할지 막막했거든요. 나는 더 이상 학생도 직장인도 아닌데.. 내 직업은 무엇이지? 나는 뭘 하는 사람이지?라는 생각에 머뭇거리게 되더라고요. 그동안 늘 학교 또는 회사에 속해있었고, 내가 속한 집단으로 나를 표현하면 되었었는데, 그것들이 없어졌을 때 나는 나를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 몰랐어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어딘가에 소속되지 않은 상황, 그 느낌을 경험했던 순간이었습니다. 감사하게도 늘 어딘가에 소속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졌었기에, 퇴사를 결정할 때는 이런 상황을 예상조차 하지 못했지요. 더 이상 나를 보호해주는 울타리가 없구나, 손에 쥔 것 아무것도 없이 다시 시작해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더군요.

후에 싱가포르에 가서 다시 커리어를 쌓을 때도, 다른 사람들의 경력계발을 도울 때도 그때의 경험이 밑바탕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A 회사의 지니’가 아니라 ‘후보자가 더 나은 삶을 만들 수 있도록  돕는 채용전문가’가 저의 경력 목표가 된 것이죠. 이 가치관의 변화가 리쿠르팅 업계에서 저라는 사람을 자리매김하는데, 또 제가 살아가는 데 있어 방향을 제시하고, 큰 변화를 만들었기에 처음 퇴사를 하고 소속감의 부재를 경험했던 그때가 제 인생의 가장 의미 있는 터닝포인트가 아니었나 싶어요. 역설적이게도 무언가 내 손에 쥐어지거나, 성취했을 때가 아니라 내가 당연하게 생각하고 가지고 있던 것들을 손에서 다 놓았던 그때가 인생에 있어 중요한 순간이 되었습니다.

워디랩스의 코칭에서 자주 하는 질문이 있어요. “어느 날 갑자기 명함에서 회사 이름과 당신의 타이틀이 사라진다면, 어떻게 당신을 설명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입니다. 나를 둘러싼 그 무엇에도 상관없이 온전한 ‘나’로서 나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몇 해 전 제가 겪었던 그 날이 저의 터닝포인트가 된 것처럼, 오늘 여러분께 드리는 이 질문이 여러분의 새로운 생각의 씨앗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해봅니다.

Be Wodian,
Jinn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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