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Wodian Grace Choi
저희집 뒷마당에도 남천나무의 빠알간 열매가 무르익은 늦가을이 왔습니다. 해마다 저는 이 시기 즈음에는 많이 아프곤 합니다. 주로 감기지만, 이번에는 원인 모를 체증으로 많은 고생을 했었지요. 한 해를 열심히 살아온 몸이 좀 쉬라는 강한 사인을 보낸 듯한데, 늘 아프고 나야 건강이 최고였지 하고 무한 반복하며 자신을 되돌아보는 저의 무지에 깊이 반성하곤 합니다.
자랑하고 싶은 게 있어요. 저희 집 고무나무입니다. 그런데 이 친구가 처음 우리 집에 왔을 때는 정말 잎 하나만 있는 상태였어요. 동생집의 고무나무 가지를 치며 떨어진 것을 친정어머니가 가져오셔서 물병에 담아두셨거든요. 그게 올 초였답니다. 그런데 사진에서 처럼 이렇게 나무 구실 하는 진짜 고무나무로 성장했답니다. 정말 정성스럽게 보살펴 주긴 했습니다. 여름에 뜨거운 해와 시원한 여름 비도 흠뻑 맞으며 줄기라고 할 것 없었던 것이, 어느덧 굵은 줄기로 뻗어있었습니다. 이렇게 듬직하게 자라니 얼마나 뿌듯한지, 집에 함께 키우는 많은 나무들이 있지만 유독 이 아이에게 눈길이 갑니다.
수많은 나무를 장렬히 전사시켜 본 경험이 있던 저로서는, 이 나무의 성장에 삶의 소소한 힘을 얻고 있습니다.
보잘것없지만, 그것은 일생의 한 장면일 뿐
처음 잎 한 장 달랑 붙어있었던 이 친구는 결코 예쁘지 않았습니다. 왜 어머니가 이 잔가지를 저희 집에 가져오셨는지도 이해가 되지 않는 수준이었습니다. 지금사 고백하지만, 저는 예뻐서 키운 것이 아니라, 그냥 그 자리에 있었기에 버리기 미안해서 두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줄기가 생기고 새로운 잎이 나며 진짜 고무나무의 모습을 되찾고 나니, 인간도 저럴 수 있겠구나는 생각이 자주 듭니다. 보잘것없어 보이고, 초라해 보일 때가 있지만 그것은 일생 중 힘들고 쪼그라져 있었을 때의 모습일 뿐 언젠가 자신의 원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는 생명이 존재라는 것을요..
매일매일은 느린 듯했지만, 사실은 5G였네
올 초에 잎 한 장이 지금 세어보니 23장이 되었습니다. 20배 성장! 초고속 성장을 한 것이지요. 그런데 매일매일 이 친구와 함께 있다 보니, 매일 언제 크나 했습니다. 우리가 하는 일들도 그렇습니다. 올 한 해 참 지루한 작업들을 했었습니다. 이상하게 진행하는 프로젝트마다 엄청나게 공이 많이 들어가야만 하는 일들이었습니다. 매일 앉아서, 한 장씩 두장씩 만들고 수정해 가며 해 나가는 과정에 지루하고 속도가 나지 않아 얼마나 많은 시간 한숨을 쉬었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11월이 되어 돌아보니, 어느새 몇 백장의 원고를 수십 편의 강의 영상을 촬영해 두고 있었더라고요. (함께 동거 동락하며 성장한 고무나무에게 영광을 돌립니다. )
밑도 끝도 없는 믿음
사실 이 나무의 가능성을 강하게 믿고 있던 사람은 친정어머니였습니다. 처음 꼬챙이를 가져왔을 때부터, 무조건 나무로 잘 큰다고 하셨지요. 저는 그 믿음이 어디에서 왔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키워본 적이 있냐고 여쭈어 보았더니, 나무란 본래 그렇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어머니는 나무뿐 아니라, 자식들에게도 손자에게도 늘 그랬습니다. 무조건 잘 되게 되어 있다는 밑도 끝도 없는 믿음.. 때로는 이 무한하면서도, 용맹스러운 믿음이 ‘00 됨’을 만든다는 것을 느낍니다.
자신이든 내 주변의 사람이든.. 때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가능성을 무조건 믿고, 응원해 본다면 우리 모두는 우리가 가진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뭔가 근사한 미래를 분명 만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이 글을 읽는 워디레터 독자분께, 드리는 제가 드릴 수 있는 선물은
얼굴도 나이도, 이름도 잘 모르지만.. 그냥 무조건 믿어드리고 싶어요.
매일 매일 지금 처럼 하루하루를 무사히 잘 보낸다면
뭘하시든 무조건 잘 될겁니다. 걱정과 두려움의 마음을 털고
우리 스스로를 믿고, 서로를 믿어보아요!
Be Wodian
Grace Choi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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