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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ce Choi Sep 20. 2019

'돈'의 비전

By Grace Choi 

안녕하세요? 그레이스입니다. 지난주 추석은 잘 보내고 오셨나요? 


아침저녁으로 이제 찬바람이 느껴지는 완연한 가을입니다. 어젯밤에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체크무늬 베딩에 조금 따스한 솜을 넣고, 포근한 침대 속에 들어가 이런저런 생각을 해 보았어요. 


날씨의 변화를 코끝으로 느끼다 보니, 제가 올 한 해 어떻게 살아오고 있는지 심란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뭔가 열심히 한 것 같은데.. 이상하게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올 초에 워디 라운지에서도 공유한 적이 있는데, 가끔 이런 시기에 저는 아래 삶의 점검표를 한 번씩 활용해 보곤 하거든요 (양식지를 드릴 테니 프린트해서 한번 해 보시겠어요?) 

양식지 



오랜만에 점검을 해 보니, 다른 영역들도  아쉬움이 컸지만 저에게는 현실적으로 ‘돈’이라는 영역에서 몇 가지 풀어야 할 숙제들이 보였습니다.  


올초에, 사실 남편과 함께 우리가 그동안 '돈'을 잘 모으지 못했다고 크게 반성을 하고 올 한 해 아껴서 열심히 모아보자고 계획을 세워보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돈을 모아 보겠다고 생각하니 괴로웠습니다. 마치 다이어트를 결심하고 나면, 먹고 싶지 않은 음식도 맛있어 보이는 것과 같았지요. 사고 싶은 곳, 가고 싶은 곳이 더 생기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또 계획한 것과 다르게 일이 돌아가서, 수입이 적어지거나 투자의 손실이 왔을 때 그 괴로움이 배가 되었습니다. 이번 달까지는 '이만큼' 모으려고 했는데 계획이 틀어지자 남편에게 돈과 관련된 잔소리를 하는 횟수도 더 많아졌습니다. 나는 이렇게 아끼는데, 당신은 허투루 쓰는 것이 있는 것 같다고 공격하면 그는 세상 억울하다며 반격해 왔습니다.


이렇듯 ‘돈’과 관련된 제 삶의 영역은 나의 영혼을 갉아먹고, 주변 사람을 피곤하게 만들며 막상 성과도 내지 못하고 있었지요. 


이 모든 것의 시작은 돈을 악착같이 모아보겠다는 강력한 목표의식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돈을 모으고, 경제적으로 윤택해지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사회적 인간으로서 무시할 수 없는 가치 중 하나일 것입니다. 

또한 돈을 벌고 모아야겠다는 목표를 설정을 했던 것은 여전히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왜 나는 올 한 해 돈과 관련된 일련의 과정에서 행복하지 않았던 것일까요? 


가만히 생각해 보니, 돈을 모으는 행위에 집중을 했지 그 돈을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한 비전이 결여되어 있었습니다. 오늘 아침 일찍 눈을 떠, 조용히 다락방으로 올라와 비전을 다시 설정했습니다. 지금 나의 라이프 스타일에서 실질적으로 어느 정도 돈이 있어야 정말 만족스러운지에 대한 숫자를 정리하고, 또한 돈을 통해 나는 어떤 삶을 살고자 하는지 구체화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결심한 저희 3가지 다짐을 부끄럽지만 공유해 볼게요.


돈으로 경험을 사겠다. 

생각해 보니, 그동안 소비의 결과물로 물건이 생기는 것이 아닌 경험과 추억이 쌓였을 때 값진 것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행, 영화, 스포츠 관람 등 그날이 지나가면 사진밖에 남는 것은 없지만 오랜 시간 이야깃거리로 회자되는 활동은 참 의미 있는 쓰임이었습니다. 지금도 유일하게 핸드폰 사진을 쓱쓱 넘기며, 미소 짓는 시간은 경험을 샀던 일 들이었습니다. 


돈으로 관계를 사겠다. 

제 주변에는 부유하지만, 참 인색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누가 보아도, 잘 사는 사람인데 주변 사람들에게 좀처럼 베풀지 않은 분들을 보았습니다. 저는 그런 사람들을 싫어하는 편인데, 최근에 돈을 모아야겠다고 생각한 후부터 저에게서 넉넉함이 사라진 짠순이의 스멜을 풍기기 시작했습니다. 내 옆에 귀한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고, 좋은 곳을 함께 가는데 기꺼이 돈이 쓰여야 한다고 다시 마음먹었습니다.


돈으로 시간을 사겠다.  

돈과 시간은 다소 경쟁적입니다. 시간과 돈의 본질상 유한한 자원이기에 많은 경우 경쟁 관계에 놓이게 되는 듯합니다.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직항 편 비행기 표를 포기하고 경유 비행기 표를 사기도 했고, 더 싼 숙소를 알아보기 위해 생각보다 오랜 시간 정보 검색을 하는데 시간을 보내기도 합니다. 보다 싼 가격을 구했다고, 기뻐했지만 어리석은 일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만큼 나는 아이와 놀아주지 못했고, 더 생산적이고 재미있는 일을 하지 못했습니다. 즉, 시간을 아끼기 위해 돈을 써야할 듯 합니다. 그리고 그 시간으로 경험과 관계를 사는 선순환을 만들고 싶습니다. 


물론 위의 비전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현실의 삶에 충실하여 즐겁게 돈을 버는 활동이 전제되어야겠지만  최근 저를 괴롭 했던 불편했던 마음 만큼은 조금 가벼워졌습니다. 돈을 모으는 목표가 조금 건강하게 다시 세팅된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언젠가 이렇게 돈 이야기를 꼭 하고 싶었습니다. 일을 어떻게 디자인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만 오랜 시간 이야기 나누었지 그래서 일로 번 돈은 어떻게 쓰면 좋을까? 에 대한 의미 있는 생각거리가 소외된 것은 아닌가 싶었는데, 저의 묵은 고민을 풀어보며 용기를 내어봅니다. 


구독자 분들도, 혹시 돈의 영역에서 고민이 있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잘 살펴보시면 어떨까요? 정말 부족해서인지, 나의 생활상황과 관계없이 주변 사람들과의 비교로 힘들어 하는 것인지, 맹목적인 목적때문에 보지 못한 것들은 없는지 말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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