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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ce Choi Aug 22. 2019

꾸준함에 관하여   

By Wodian Grace 

꾸준히 무엇인가를 해 본 경험이 있나요?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부끄럽지만, 저는 어린 시절 참을성이 없고 무엇이든 오래 하지 못하는 학습태도를 가진 아이였습니다. 지금 제 아이에게도 일주일에 한 번 방문 선생님이 오시는 학습지를 시키고 있는데, 제가 어린 시절에도 있었거든요. 제 동생이 7년 동안 학습지로 꾸준히 공부할 때에, 저는 3달을 넘기지 못했고 피아노, 성악, 수영, 등도 오랫동안 배워본 적이 없었습니다.  


지금은 긴 수행의 결과? 예전보다는 비교적 덜 변덕스러운 삶을  살고 있지만, 사람의 본성이 잘 변하지 않거든요. 지금도 사소한 것에도 싫증을 내거나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변화에 혼자 즐거워하거나, 마음먹은 것을 꾸준히 해내는 데에 참을성이 없는 편이긴 합니다. 세상의 모든 것이 양면성이 있듯이, 저의 변덕스럽고 변화를 추구하는 성격이 늘 나빴던 것만은 아닙니다. 일상의 작은 것에도 변화를 추구하다 보니 잡다한 지식과 경험이 쌓이고 세상의 일들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능력은 상대적으로 발달하게 되었지요. 그러나 나이를 조금씩 먹고 스스로를 성찰하다 보니 제가 가진 알을 깨어야 하는 숙제가 보였는데, 다름이 아닌 꾸준히 무엇인가를 해 내는 능력이었습니다. 


그래서 꾸준함을 키울 수 있는 책도 읽고, 습관을 키우는 방법을 연구한 내용도 적용해 보려고 노력해 보았는데 그다지 긍정적인 효과를 얻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서재에 오랜 시간 때 묻은 책에서 발견한 공자 선생님의 말씀이 크게 위로가 되었습니다. 




멈추지 않으면, 얼마나 천천히 가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 공자- 



이상하게 이 말이 저희 꾸준함에 대해 다시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저는 꾸준히 무엇 인가를 해야 한다는 것의 수준을 애초에 아주 높게 잡곤 했습니다. 영어도 매일 조금씩 꾸준히 해야 한다. 하루에 한 시간씩 매일 운동하는 것이 꾸준히 하는 것이다! 매일 포스팅하는 것이 꾸준히 하는 것이다! 전 꾸준하게의 의미를 ‘매일’+’ 반복적으로’+'잘’을 강하게 포함해 놓고 그것이 충족되지 않으면 스스로 실망하고, 또 실패했다고 생각하며 '역시... 난' 이라며 스스로를 자책하는 악순환의 과정에 익숙해져 버렸던 것이었지요. 


중요한 건 멈추지 않는다면 천천히 가도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1주일에 한번, 한 달에 한번 하더라도 멈추지 않고 내가 ‘그것을 하고 있는 중’이라는 생각을 품는다면 꾸준히 하는 것이라고 스스로 정의를 다시 내렸습니다. 


이렇게 생각의 프레임으로 확장하고 나니, 생각보다 제가 꾸준히 하고 있는 것들이 많았습니다. 이렇게 뉴스레터를 쓰는 것도 꾸준히 하고 있었고 요가, 필라테스, 20분 순환운동, 테니스 등 다양한 체육활동을 돌아가며? 시도하며 운동도 비교적 꾸준히 하고 있었습니다. 워크 디자인이라는 키워드도 꾸준히 연구 개발하고 있으며, 26세에 첫 취업 후 출산휴가를 제외하고 일도 꾸준히 하고 있고, 자랑은 아니지만 은행 대출도 꾸준히 잘 갚고 있었습니다. 


나는 그동안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꽤나 꾸준한 사람이었습니다. :) 


내가 스스로 꾸준함이 있는 사람이라는 믿음은, 저를 따뜻하게 바라보는데 큰 힘이 되었습니다. 중요한 건 마음속에서 스스로 싹이 튼 작은 성공 경험이 더 많은 것들을 꾸준히 해내고 싶어 하는 시도로 연결되었다는 점입니다. 선순환이 시작되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내가 채워야만 하는 것을 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보통 우리는 부족해서 채워야 하는 것을 위해 무엇인가를 배우거나,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이성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해마다 새해가 되거나, 심경에 변화를 느낄 때 해야만 하는 것들을 마음먹습니다. 그러나 그것들을 오랫동안 해내기 위해서는 좋아할 수 있도록 디자인해야 합니다. 억지로 좋아질 수는 없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스스로가 만든 올가미로 부정적인 에너지를 품고 채찍질하는 것에서부터 멈추는 것입니다.


워크 디자인이 어느 수준 이상 이룬 사람들의 모든 공통점은, 잘되든 안되든 일희일비하지 않고 멈추지 않고 나아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저 역시 워크 디자인을 시도하는 사람으로서, 멈추지 않고 지금 해내고 있는 것들을 해나가려고 합니다. 그리고 새로운 시도 그리고 노력과 꾸준함이 필요한 일련의 일들에 대해 허깨에 힘을 좀 빼고 시작하려고 합니다. 


오랜 시간 좋은 습관을 유지하는 것은 평범함을 비범하게 만들곤 하지요. 쉬어가며 천천히 가도 괜찮으니, 마음 편하게 먹고 내 삶에서 꾸준하게 해 내어야 하는 것들을 다시 들여다보고 호흡을 가다듬어 보아요. 


멈추지만 않으면얼마나 천천히 가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Be Wodian

Grace Choi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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