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에서 그러한 섬광이 비췬 것은 처음이었다. 긴 시간 괴롭혔던 우울증에 주변인들의 배신이 더해지면서 더는 버티지 못하고 감정의 퓨즈가 끊겨버린 것이다.
시작은 아주 사소했다. 그리 끈끈하지 않았던 동창과의 만남에서 맥주 한 잔을 들이켜고 기분 좋아 커진 목소리에서 비롯되었으니…
동창은 나에게 취했냐며 채근했고, 아니라며 항변하다 해묵은 감정이 터져 나오면서 이성의 끈이 끊어졌다.
한번 터져 나온 감정들은 제어되지 않았고, 낯선 감정들이 토하듯 뿜어져 나왔다. 이러한 상황은 동창과 나 자신을 모두 당황하게 했지만, 생경한 경험인 탓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기는 둘 다 매한가지였다.
지금에 와서 떠올려보면 어떻게 집까지 왔는지 기억나지 않을 만큼 당시 난 매우 위태로운 상태였던 것 같다.
그날 동창생에게 오만 감정을 다 쏟아내고도 나는 쉽게 잠들지 못했다. 이후에도 감정이 쉴 새 없이 날뛰었기 때문이다.
하염없이 눈물이 흐르다 희망찬 미래를 꿈꾸다 그 흐름을 종잡을 수 없었다. 그렇게 날이 밝고야 말았다.
보통의 내가 아님을 감지하기에 충분한 하룻밤이었다.
오랜 기간 상담받았던 심리상담사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그녀는 단번에 양극성 장애를 의심했다. 그렇다. 흔히 말하는 조울증이었다.
친했던 지인이 양극성 장애로 망가지는 것을 목도했던 나로서는 불안해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당시 나를 온전히 돌봐줄 사람은 나밖에 없었기에 주저앉아 허송세월할 순 없었다.
나에게 맞는 병원을 찾는 게 급선무다
다니던 병원이 마침 휴무였고, 검색을 통해 한 병원을 찾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