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함께 해 온 장난감을 떠나 보낸다는 건

우리의 만남은 유한하기에 소중하다

by woony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 할 수도 있습니다."

한 달여 간의 긴 여행을 떠나기 전, 꼭 들러야 할 곳이 있었다. 할아버지께서 입원해 계신 병원.


86세, 정말 감사하게도 지금까지 정정히 지내셨지만 세월의 깊이 앞에서는 단순한 감기조차 호흡기를 달아야 한다는 사실이 무력하게만 느껴진다. 나이가 들수록 남은 기대수명은 점차 짧아질 수밖에 없다. 당신과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의 기대치는 평균을 향해 달려간다. 그 앞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할아버지, 저 올 겨울에 졸업식 하니까 꼭 같이 인천 가요."라는 말뿐이다.


아니, 사실 그마저도 차마 말하지 못했다. 그게 평생 마음에 남을 것 같았다. 그래서 할머니께만 조용히 말씀드린 채 발길을 떠나야 했다. 그래도 그때까지는 괜찮았다.

정작 오열은 폴란드로 떠나는 길, 해발 10키로미터 몽골 하늘 위를 지나면서 터졌다.

우연히 틀었던 토이스토리3는 내가 알던 그 영화가 아니었다. 익히 보았던 그 장난감이 아니었다.


성인이 되어 집을 떠나는 앤디. 그의 장난감 하나하나에 내가 만나고 헤어진 모든 이들이 스쳐 지나갔다. 개중에는 맘에 들지 않은 것도 있었지만, 그것이 내 시간에 지분을 차지했단 것만으로 어느 하나 값어치 없는 게 없었다.

물론, 그 보관함 속에서도 유난히 아끼는 것들이 나뉘기 마련이다. 그 중에는 우리 할아버지도, 우리 가족도, 소중한 친구들과 사랑하는 연인도 있다. 모두 발밑에 WOONY를 써놓고 내 시간의 방 한켠에 계속해서 두고 싶지만, 내가 자랄수록 방의 크기가 점차 줄어든다는 사실을 깨달은 건 이미 몸집이 꽤나 커진 뒤였다.


방안의 물건은 저마다의 시간이 끝나면 비워내야만 한다


초등학교 2학년, 친구들과 레고를 가지고 놀며 언제까지 장난감을 갖고 놀건지 토론(?)을 한적이 있었다. 중학교 2학년이라 호언장담했던 나는 5학년도 채 되지 않아 침대 밑 레고 상자를 더이상 꺼내지 않았다.

모든 관계에는 저마다 때가 있다. 나이를 먹으면 더이상 장난감을 갖고 놀지 않는 것처럼, 관계는 이별을 전제로 시작한다. 그것이 설령 반평생을 함께 해온 장난감일지라도.

그 이별의 때가 왔을 때 절대 허투루 보내서는 안된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앤디는 자기의 장난감 하나하나와 마주한다. 버즈, 렉스, 포테이토 부부, 슬링키..그리고 우디. 앤디는 끝을 마주하면서 이들과 함께 놀았던 그 지난 세월을 반추한다. 우리가 무엇을 함께 했으며, 그 시간이 얼마나 아름답고 소중했는지. 그래서일까. 그 슬픈 상황 속에서 앤디는 꽤나 덤덤히 이야기한다.

너 임마 이거 장난감 한두번 손절한 솜씨가 아닌데?


끝이 다가오는 걸 체감하는 건 언제나 슬픈 일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상자를 정리해야 한다. 그러니 늘 명심하자. 우리의 시간은 유한하기 때문에 값어치가 매겨진다. 그러니 그 시간을 함께 해온 이들에게 합당한 대우를 해주자. 이미 정리한 상자에게는 그동안 고마웠다고, 남아 있는 박스에는 함께 있어줘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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