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걸 해왔으니까’ 앞으로도 이거 아니면 밥벌이 어떻게 하겠냐” 라고 말하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다. 나 역시도 그랬다. 신소재를 선택했기 때문에 이거 아니면 어디서 뭘 해먹고 살겠나 싶었다.
하지만 사람은 무엇으로 인해 살아가지 않는다. “이제껏 이것만 했으니”라고 말하는 건 과거의 나에 종속되는 걸 스스로 선언하는 것과 다름없다. 주체적인 삶은 순간마다 내가 원하는 것에 집중할 때 만들어진다.
이를 환영하듯 시대는 점차 주체적인 사람들이 살아남기 유리하게 흘러간다. 오늘 나를 먹여살리던 직업이 내일 사라질지 알 수 없는 불안정한 세상이 도래했다. 누군가는 이를 절망적으로 생각하지만 학위보다는 학습 능력이, 간판보다 실력이 중요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주목해야 할 건 전문성이니 간판이니 하는 외부적 시선보다 내 안에 자리하는 자주적 동기다.
2세 경영, 대학원생. 사실 쉽지 않다. 하나만 가져가도 힘든데 둘이나 해낸다는 건. 심지어 그 둘에서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더 죽을 맛이다. 요즘이 그렇다. 안되는 이유가 너무 많다. 이럴 때면 머리를 싸맨다. “하나만 해도 모자를 판인데 왜 판을 벌렸을까...” “하나라도 제대로 해서 실력을 기르는 게 맞지 않을까..?”
그런데 그 모든 건 다 내가 원하고 선택한 결과물이다. 하나만 선택했을 때의 내 모습은 어떨까? 연구만 하는 내 모습? 절대 견디지 못할 것 같다. 계속 새로운 걸 시도하고 도전해야 희열을 느끼는 나로서는 글쎄다. 2세 경영? 아버지 사업만 돕다보면 그 속에 갇혀 더 큰 기회를 보지 못할 것만 같아 걱정된다.
이것도 배워보고 저것도 시도해보면서 다양하게 경험하고 있는 지금의 모습이 바라던 삶이라는 걸 깨달았다. 하고 싶은 게 있으면 그때그때 시도한다. 하다가 다른 재밌는 게 생기면 또 해본다. 꾸준함이 없는 게 결핍이라 생각했는데 시도만 보면 이렇게나 꾸준히 시도할 수 있나 싶다. 내 안에 동기가 자리잡고 있기에 지금까지 지속해올 수 있었다.
무엇을 어떻게 하든 그 동기가 내 안에서 출발한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그건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원하던 일이니까. 그렇게 하나씩 깨부술 때마다 홀로 설 수 있는 힘이 길러진다는 걸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