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을 주는 메시지를 연구하는 대학원생

by woony

“안녕하세요. 낮에는 연구하고 밤에는 딴짓하는 대학원생입니다.” 새로운 자리에서 나를 소개할 때 가장 먼저 나오는 말이다. 저 문장에서 나는 그동안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


짧은 문장이지만 방점이 “딴짓”에 찍혀있다는 건 누가 봐도 알 수 있다. 실제로 그랬다. 대학원에 입학한 첫 학기, 무엇을 해야 좋을지 몰라 방황하던 차에 <한달>을 시작했다. 힘이 쭉쭉 빠지던 평일의 연구실 생활과 달리 주말은 언제나 활기가 넘쳐 흘렀다. 좋은 동료가 있었고 나를 필요로 하는 자리가 있었다. 내가 귀중하게 쓰임받을 수 있었다. 이것이 얼마나 큰 자기효능감을 주는지는 경험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그래서 열심히 딴짓에 힘썼다. 본업은 엄연히 연구였지만 그보다 다른 것이 훨씬 재밌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이,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말하기를 하는 것이. 이에 그치지 않았다. 올해 초부터는 아버지 사업을 도우면서 또 한 번 역량을 키우는 경험을 했다. 사업을 구상하고 제품을 고민하고 고객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그 모든 경험은 단언컨대 엄청난 성장을 안겨줬다. 하지만 늘 마음 한 켠에 아쉬움이 있었다.


그렇다면 내 정체성은 무엇이지?


자기 소개 문구에는 엄연히 연구와 대학원생이 들어가지만 실상은 딴짓만이 전부였다. 처음에는 저 문장조차도 언급하지 않았다. 작년 말, 한창 글쓰기와 콘텐츠를 만드는데 열중할 때는 “영감을 주는 크리에이터” 로 소개했다. 그 어디에도 내 본업에 대한 자부심, 열정은 존재하지 않았다. 본업이 글쓰기고 연구가 취미에 가까웠을 지경이다.


그렇게 바깥 세상 돌아가는데 한창 열중하던 즈음이었다. 올해 초, 디지털 마케팅을 공부하며 사업에 이리 저리 적용해보던 차였다. 낮에는 연구실에서 연구하고 밤에는 사업으로 골머리를 한창 싸맸다. 그런데 재밌는 게 보였다. 이전까지만 해도 건성으로 읽던 논문과 사업에서 고민하던 내용이 겹쳐보였다. 가설을 세우고 이를 검증할 수 있는 실험을 설계해 결과를 뽑아내고 고찰하는 그 일련의 과정. 사업이나 연구나 큰 차이가 없다는 걸 깨달았을 때, 비로소 내가 위치한 자리의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연구라는 단어만 보면 세상 거창하지 않을 수 없게 들린다. 무에서 유를 창조할 것 마냥. 하지만 아인슈타인조차도 무에서 유를 창조한 건 아니었다. 자연현상을 새로운 프레임에서 바라보고 이를 해석해 “발견”한 것이다. 이를 잘 가공해 “응용”한 것이 오늘날의 공학이다. 스마트폰만 보면 0에서 1이 생겨난 것이지만 사실상 휴대폰과 인터넷의 결합이다. 휴대폰만 보면 창조물같지만 전화기가 무선으로 연결된 것일 뿐이다.


내가 어떤 프레임을 설계해서 세상에 아직 드러나지 않은 걸 찾아내는지, 혹은 찾아낸 걸 기존에 있는 것과 잘 결합해서 새로운 결과물을 만드는지가 연구라는 걸 깨달았다. 이건 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미션과 잘 부합했다. “사람들에게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영감을 주는 결과물을 만드는 일.”


이번 한달에서는 처음으로 연구자로서의 모습을 드러낼 생각이다. 연구실에서 내가 하는 일과 고민, 비전에 대해 글을 쓸 계획이다. 이번 한달만큼은 다르게 소개하려 한다.


“안녕하세요, 영감 가득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연구하는 대학원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