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지막히 일어나 학교에 가서 실험한다. 현미경으로 한 장 찍는데 몇 분씩 걸리니 몇 장 찍지도 않았는데 하루가 저문다. 원하는 결과는 당연하다는 마냥 보일 기미도 않는다. 애초에 핀트부터 엇나가지는 않았는가 다시 점검해보지만 여전하다.
뭐 하나 쉬운 게 없다. 시시한 일이었으면 도전조차 하지 않았으리라는 건 잘 알지만 그럼에도 연구가 잘 되지 않는 것만큼 기분이 다운되는 게 없다. 오늘 하루 쏟아부어서 나는 무엇을 이룬 걸까.
하지만 잘 들여다보면 그 와중에도 조금씩 배우는 것들이 있다. "이런 현상은 예전에 못 보던 건데?" "저건 왜 저렇게 나오지?" 두껍게 쌓여가는 연구노트는 덤이다.
실력은 알게 모르게 쌓인다. 가랑비에 옷 젖듯. 적어도 작년의 나보다는 훨씬 더 눈이 날카로워졌다. 후배의 질문에 적어도 풍월 수준은 읊을 수 있게 된 것도 거저 얻은 것은 아닐 테다. 그러니 자신감을 갖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