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판에 앉은 당신이 명심해야 할 한 가지
상대방이 진짜로 관심있어하는 건 뭘까?
생각만큼 우리는 잘 인지하지 못하지만, 인생에 있어 사람 간에 일어나는 대부분의 일은 협상이다. 그 중요성의 정도 차이만 있을 뿐. 오늘 뭐먹지? 라는 사소한 고민부터 크게는 회사의 중대사까지, 어느 하나 협상을 거치지 않는 것이 없다.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일까? 협상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떻게 하면 내 최대한의 이익을 취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게 된다. 단어가 가진 프레임 자체가 그렇다. 내가 가질 수 있는 포션에 집중하게 된다.
하지만 협상에도 종류가 있다. 꼭 파이를 나눠 갖는 것만이 협상은 아니다. 새로운 파이를 창출하는 것 역시 협상에서 가져야 할 중요한 전략이다.
오늘 마지막 수업으로 협상 실습을 했다. 우리는 사료 제조 회사, 상대방은 원자재 공급 회사로 그간 다툰 분쟁을 협상하기 위해 협상판에 앉게 된 것이 그 배경이었다. 주요 쟁점은 품질이었다. 상대방은 우리가 요구하는 품질을 맞추지 못했고 우리는 그것에 분개한 상황이었다. 여기까지 들으면 모두가 "협상에서 우리가 얻어야 할 것은 품질 조건의 높은 스탠다드"라는 프레임이 걸린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는 걸 회의 중간에야 깨달았다. 상대 회사는 우리보다 더 크게 거래하는 회사에 가장 좋은 품질을 납품하고 있었다. 회사가 품질을 못 맞출 만큼 허접해서가 아니었다. 단지 주문량에 있어서 우선순위의 차이었을 뿐. 품질이라는 정량적인 포지션에만 집중해서 논의하면 해결되는 건 아무 것도 없다. 저쪽의 관심사는 주문량에 있으니까. 우리가 주문량을 늘리면 품질은 자연스럽게 만족하게 된다. 하지만 정보가 공유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모든 것이 불투명할 수밖에 없다. 상대방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아무리 생각하려 해도 이를 파악하기란 정말 어렵다.
그래서 협상을 공부하는 게 중요하다. 상대방이 감당할 수 있는 미니멈과 맥시멈을 파악하고 그에 맞게 대처하는 것. 이에 더해, 모든 일에 협상의 관점을 가지고 연습할 필요가 있다. 연습하지 않으면 아무 짝에도 쓸모 없다. 그렇게 인터레스트가 중요하다고 배웠음에도 정작 협상판에서는 언성 높이기에 바빴던 것처럼.
계절학기가 드디어 끝났다. 모든 수업이 다 좋았지만, 협상 커리큘럼만큼은 유난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특히 오늘 경험만큼은 잊을 수 없다. 막연히 생각해서는 절대 상대방의 관심사를 파악할 수 없다. 계속 고민해야 하고, 실제로 만나서 질문도 해야 한다. 품질을 1프로 올리고 말고 같은 숫자에 집중하기 이전에 상대방의 동기를 파악해야 한다는 것.
다음 한달에서 풀 썰이 굉장히 많아졌다. 기대가 된다.